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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재래시장 상품권

입력 | 2010-09-20 03:00:00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마켓홀’이라는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대형마트와 결합한 국내 주상복합아파트와 달리 전통의 향기가 나는 재래시장이 들어 있는 아파트다. 역(逆)U자의 터널형 건물이 도심에 들어서면 인기 관광지가 될 듯하다.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의 우림시장은 무료주차장과 쇼핑카트를 갖추고 구입물품을 고객 집으로 배달해준다. 연말에는 주민과 상인이 뮤지컬 공연에 함께 나선다. 우림시장이 옛날 경기 강원에서 서울 마장동에 소 팔러 가던 상인과 농부들이 하루 쉬어가던 주막거리였음을 누가 짐작이나 할까.

▷국내 재래시장은 지난 수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쇠퇴 일로였다. 경기불황의 타격도 가장 먼저 받았다. 올해 추석에는 작년보다 활기가 있지만 고가 선물세트가 동이 나는 백화점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고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여야만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객이 짜증을 내는 주차장 화장실 반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시설현대화와 공동마케팅은 필수이고 역사 문화 관광 테마를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래시장의 고객 유치를 돕기 위해 상품권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계열사 노사는 전국 807곳의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 39억 원어치를 샀다. 한전 노조가 재래시장 돕기에 나서자 회사 측이 동참했다고 한다. 한화그룹도 70억 원어치를 구입해 임직원에게 추석 차례비로 나눠줬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온누리 상품권은 올해 추석에는 200억 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작년 추석(68억 원)과 올해 설(130억 원)의 판매액을 크게 뛰어넘는 액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사랑 상품권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130억 원어치, 경북 고령군은 1999년부터 50억 원어치를 발행해 지역시장을 지원했다. 초기에는 월급 일부를 상품권으로 받은 공무원 위주였으나 점차 기업과 일반 주민까지 참여하게 됐다. 아직도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마땅히 살 만한 게 없다는 불만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래시장 상품권이 관심과 인기를 더 끌려면 그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질 좋은 물건이 가까운 재래시장에 많아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