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치료제인 ‘이가탄’의 TV광고에서 나오는 노래다. 자주 듣다 보니 기자도 가끔 흥얼거릴 정도가 됐다. 이 광고를 볼 때마다 “도대체 잇몸약이 얼마나 팔리기에 이렇게 광고를 많이 하지”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궁금해서 일반의약품 매출 순위를 찾아봤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인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위는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박카스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잇몸치료제인 인사돌이 올해 상반기 143억 원어치가 팔려 3위를 기록했다. 이가탄은 62억 원으로 18위였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잇몸치료제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잇몸병으로 치과를 찾은 국민은 730만 명을 돌파했다.
9일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신약 카나브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15호 국산신약으로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신약 개발 성공이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신약은 정작 시장에서는 묻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열광했던 이유는 카나브가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국내 제약시장의 경우 성장세가 좋은 편이다. IMS헬스에 따르면 국내 제약시장은 2005년 7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2조2000억 원으로 5년간 54.4%나 성장했다.
그렇지만 시야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면 국내 제약업체의 위상은 초라하다. 기자가 미국에 있을 때 TV 황금시간대를 포함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했던 약품광고는 리피토(lipitor)라는 고지혈증 치료제였다. 광고를 하도 자주 보다 보니 광고카피를 저절로 외울 정도였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가 개발한 리피토의 지난해 매출은 114억 달러(약 13조1100억 원). 국내 제약사 1위 업체인 동아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8011억 원. 리피토의 1년 매출은 국내 전체 제약시장보다도 크다.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한국 제약업계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10개국 안팎에 불과하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실패 확률도 높아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유상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국이 보건의료산업에 10년간 15조8000억 원을 투자하면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대체할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제약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벅찬 투자 규모다. 국가 차원에서 별도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