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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孟子見梁襄王하시고 出語人曰望之不似人君이요…

입력 | 2010-09-27 03:00:00


‘맹자’ ‘양혜왕·상’의 여섯 번째 장에는 양양왕이 등장한다. 양양왕은 혜왕의 아들로 이름은 赫이었다. 양양왕과의 대화에서 맹자는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는 명제를 말한다. 그래서 이 장을 ‘不嗜殺人(불기살인)’章이라 한다.

맹자는 양양왕을 만나 본 뒤, 양양왕에게는 군주로서 위엄이 없다고 말했다. 멀리서 보아도 군주답지 않고 가까이서 보아도 敬畏(경외)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見梁襄王의 見은 뵙는다는 뜻인데, 맹자를 높이기 위해 ‘견’으로 읽는다. 望之는 멀리서 바라봄, 就之는 가까이 다가감을 말한다. 不見所畏는 경외할 만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焉은 종결사이다.

‘논어’ ‘衛靈公(위령공)’편에서 공자는 지도자라면 知, 仁, 莊, 禮의 네 요소를 지녀야 한다고 했다. 知는 사태의 본질과 변화에 통달하는 슬기, 仁은 어질어서 남에게 은혜를 끼치는 덕, 莊은 권력을 지닌 자로서의 威嚴(위엄), 禮는 秩序(질서)와 條理(조리)를 가리킨다. ‘先進’편에서는 ‘論篤(논독)을 是與(시여)면 君子者乎(군자자호)아 色莊者乎(색장자호)아’라고 했다.

‘언론이 독실하다 해서 그 사람을 편들면, 그는 군자다운 사람일까 외모만 장엄하게 꾸미는 사람일까’라고 반문한 말로, 군자는 외면과 내면이 일치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양양왕은 말만 그럴싸한 사람을 편들었을 뿐 아니라 외모를 장엄하게 꾸미지도 못했다. 그런 인물을 상대로 왕도정치의 이상을 논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맹자는 한탄한 듯하다. 정말로 사회적, 정치적 지도자라면 우선 아우라가 있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