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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정훈]北의 금강산 궤변

입력 | 2010-09-27 03:00:00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해변에서 북한 초병이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를 사살한 사건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랭한 계기였다.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불응했다. 금강산관광 사업의 중단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다. 북한은 ‘방귀 뀐 놈이 화를 내듯’ 그해 12월 개성관광마저 스스로 중단시켰다. 단돈 1달러가 아쉬운 북한이 연간 3000만 달러에 이르는 돈줄을 놓친 자충수(自充手)였다. 그래놓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적대시(敵對視) 정책’ 탓만 하기에 바쁘다.

▷북한은 지난 2년여 동안 온갖 궤변으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일삼으며 상황의 반전(反轉)을 꾀했다. 지난해 1월 인민군 총참모부는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만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노태우 대통령 때 맺은 남북불가침합의서 폐기를 선언했다. 4월에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쏘고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 대응책으로 남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겠다고 하자 ‘더 이상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 조선반도는 전쟁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작년 10월에는 NLL 침범을 재개하면서 ‘서해에서 제3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협박했다. 한 달 뒤에는 실제로 대청해전을 도발했다. 12월엔 NLL 일대를 ‘평시 해상사격구역’으로 설정하고 올해 1월 말 이 해역으로 해안포를 쏴댔다. 도발의 절정은 3월 26일의 천안함 폭침사건이다. 북한은 이 사건으로 유엔 제재 강화를 자초했다. 5개월여를 중국에 기대어 버텨 보려다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들고 나왔다.

▷남한을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북한은 24일 2차 접촉에서 또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산가족 상봉을 미끼로 금강산관광부터 재개하자는 주장이다. 돈벌이가 급했던 것이다. 천안함과 박왕자 씨 사건은 따지지 말고 넘어가자는 태도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술책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두 사건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인도적 사안’이다. 군사적 도발 사건은 거기에 뒤섞어 어물쩍 넘겨도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