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 드라마 SBS TV의 ‘찬란한 유산’에서 진성식품 할머니 회장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고은성(한효주 분)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쓴다. 철없이 돈이나 써대는 며느리나 못 미더운 손자 손녀보다 착하고 곧은 은성이 자신의 유산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현실에선 유가족에게 땡전 한 푼 안 돌아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민법은 혈연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타인에게 전 재산을 준다고 유언해도 유족에게 유산의 일정액이 돌아가는 ‘유류분’을 남겨두도록 했다. 즉, 은성이 유산의 절반을, 유가족이 나머지 반을 상속받는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부모나 배우자, 자녀라 해도 일정 기간 이상 부양의무를 지지 않았으면 유산을 상속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는 가족 관련 제도의 전면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가족법개정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안대로 법률이 만들어지면 부모 부양을 회피했던 자녀가 부모가 남긴 재산을 물려받겠다거나, 자녀를 버렸던 부모가 뒤늦게 나타나 자녀 몫의 재산에 손대려 해도 법이 허락하지 않는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는 “돌 때 (남편과) 헤어져 양육비도, 위자료라는 것도 모르고 맨몸으로 아이를 길렀는데, 자식이라고 취급조차 안 했던 아버지가 사망일시금을 받아갔다”고 지난달 아들의 미니 홈피에 글을 올렸다. 고 신선준 상사가 두 살일 때 이혼해 떠났던 친어머니도 사망보상금의 절반인 1억 원을 상속인 자격으로 받아갔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목숨과 바꾼 돈이라 한 푼도 헛되이 쓸 수 없다”며 법원에 상속 제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08년 1월 호주제(戶主制)를 폐지하기 전까지는 동일한 호주에게 딸린 사람만 가족으로 쳤다. 개정민법이 시행되면서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물론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다 가족이 됐다. 부부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 기타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 간에는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민법은 규정하고 있다. 혼인과 혈연으로 맺은 가족끼리라도 부양 없는 상속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상속에서도 무임승차가 사라진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