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선 ‘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2010 책 읽는 대한민국’ 다섯 번째 시리즈는 주제를 ‘정의에 관하여 20선’으로 정했다. 관심사로 떠오른 ‘정의’에 관해 추가로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김호기 연세대(사회학과), 윤평중 한신대(철학과), 황경식 서울대 교수(철학과)와 강동권 이학사 대표의 추천을 받아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이 정의에 관한 책 20권을 뽑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주 교보문고가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올해 들어 9주간 1위를 차지했다. 5월 말에 나와 지금까지 40만 부가 팔렸다. 샌델 교수의 방한 이후 이 책을 찾는 독자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 기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인들이 이 책과 더불어 읽어보라고 권한 ‘정의에 관한’ 책 가운데는 명저로 꼽히는 철학자 존 롤스(1921∼2002)의 ‘정의론’이 첫손에 꼽혔다. 황 교수는 “롤스의 ‘정의론’은 자유주의적 정의론의 대변서다. 샌델은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 이를 비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 롤스는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약자를 우대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제한적 범위 안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20세기 후반 롤스의 ‘정의론’이 이슈가 되자 이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떠오른 사상이 공동체주의다. 공동체주의적 입장에서 정의를 바라보는 대표자로는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찰스 테일러, 마이클 왈저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이 가운데 매킨타이어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를 “롤스급의 대가”라고 평가하면서 그의 책 ‘덕의 상실’을 추천했다. ‘정의’라는 주제를 공동체주의적 입장에서 풀이한 책이다.
강 대표는 정치가로서 율곡의 사상을 정리한 ‘법과 소통의 정치’도 꼽았다. 강 대표는 “율곡은 조선 정치의 최일선에서 정의로운 조선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학자이자 정치가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분배적 정의를 위한 국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서양인들의 의식변화를 추적한 ‘분배적 정의의 소사’ △배려와 정의가 긴장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보완 관계에 있는지 논의한 ‘정의와 배려’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불평등’을 키워드로 들여다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의 ‘불평등의 재검토’ △정의로운 전쟁, 다원주의적 평등, 정치적 의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마이클 왈저 전 하버드대 교수의 ‘전쟁과 정의’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가 내린 ‘정의’에 대한 정의를 살핀 독일의 법철학자 오트프리트 회페의 ‘정의’ 등을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