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슬이 구르고 귀인이 찾아와… 금닭이 알을 품어 후손에게 영광… 날아가는 용이 물을 찾으러오니…“교육여건-교통보다 풍수지리” 개인사업가등 큰 손들 겨냥… 대형건설사 고급주택 짓기 붐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수백억 원대의 자산을 모은 강모 씨(71·경기 용인시).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높은 값에 사업체를 처분하고 은퇴한 그는 현역 시절 중요한 사업적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지금도 자녀의 이사나 손자 손녀의 진학, 해외연수 등을 결정할 때 무속인을 찾는다는 그는 “작은 부자는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있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내려준다”며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내 주위의 부자들 중에는 의외로 점쟁이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빌라도 풍수 전문가에게서 ‘돈이 모이고 자손이 번성하는 자리’라는 얘기를 듣고 분양 받았다”고 털어놨다.》
○ ‘집’ 아닌 ‘명당’을 팔아라
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 강 씨와 같은 고객을 잡기 위한 ‘명당 주택’ 짓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집 지을 땅을 구하는 단계부터 풍수 전문가를 초빙해 조언을 듣는 한편 전문가가 작성한 ‘풍수 보고서’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SK건설 ‘산운 아펠바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펠바움의 집터는 옥구슬이 굴러다니는 명당으로 귀인이 찾아와 부귀영화를 누릴 복지(福地)인 데다 신선이 불을 밝히고 책 읽기에 열중한다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의 지세로 큰 인재와 부자가 끊임없이 배출될 명당이라는 것이다. SK건설은 이 보고서를 아펠바움 분양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 부자되는 집터는 따로 있다?
쌍용건설 ‘오보에힐스’
LIG건설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분양 중인 ‘게이트힐즈 성북’은 ‘밝은 달빛 아래 비단을 펼쳐놓은 형세여서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귀인이나 부자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터’라는 ‘완사명월형(浣絲明月形)’ 명당임을 내세우고 있다.
부자들이 집을 고를 때 풍수에 민감한 이유는 이들이 보통사람보다 힘든 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그동안 주택 입지, 묏자리, 사옥, 사업장 터 등의 위치에 대해 문의해온 사람 중에는 대기업 오너도 적지 않았다”며 “부자일수록 처리해야 할 일이 많고 고민도 많아 풍수지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부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LIG건설 ‘게이트힐즈 성북’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