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중에는 “그 지질학자들은 백두산 화산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지질학자들의 이야기는 백두산이 수년 내에 폭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인 자료, 근거,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다. 의사가 환자를 처방할 때 환자의 관련 증세 변화와 현황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검사 결과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조건을 갖는 화산은 없다. 같은 화산이라도 시기에 따라 활동의 패턴이 달라 중국에서 지금까지 관측한 자료를 총동원해도 수년 후의 백두산 화산 활동을 예견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셋째, 일본열도 아래로 연간 약 10cm씩 파고 들어가는 태평양판이 백두산 근처의 북-중-러 3국 경계부 500∼600km 아래에서 심발지진(지하 300∼700km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데 여기서 제공된 에너지가 백두산 마그마를 흔들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2년 6월 28일 규모 7.3의 심발지진이 일어난 직후부터 약 5년 동안 백두산에서는 화산지진이 빗발쳤다.
정확한 화산 예측을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측연구는 필수 불가결하며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그중 어느 곳과의 공동연구는 필수사항이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의 백두산 전문가는 중국보다는 북한과 협력하여 백두산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더 큰 이익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백두산은 여름을 제외한 기간에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극한지역이다. 백두산의 지표(암반)에다 고정관측소를 만들고 심부의 화도까지 굴착한 심부시추공에 화산마그마의 물리화학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직접 관측하는 관측장비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백두산 화산분화 예측과 화산분화 모델 구축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장비의 최적 배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화산관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모아 처리할 수 있는 백두산 과학기지를 삼지연에 세워 중국의 장백산 화산관측소를 뛰어넘는 첨단의 화산관측연구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장기 플랜과 국가 차원의 안정된 연구개발지원이 필요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