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옹호할 기회만 생기면 마치 대변인이나 된 듯 북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던 우리 사회의 친북세력들이 이틀 동안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에 대한 각종 설(說)이 난무하다가 3대 세습이 공식화됐는데도 침묵을 지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지한다는 것인지, 북의 지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지, 그동안의 친북활동이 부끄럽다는 뜻인지 속을 알 길이 없다. 김정은의 대장 승진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은 그들에게도 중요한 관심거리일 텐데 공식 논평이나 홈페이지 글도 일절 없다.
▷일부 야당은 어정쩡한 논평을 냈다. 조영택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우리로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교류협력을 통한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켜 나가는 것이 첩경이다”고 했다. 북한 선군(先軍)독재 세습에 대해 회초리를 드는 발언이 없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우리 국민의 보편적 정서나 현대 민주주의의 일반적 정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3대 권력승계 조치가 빌미가 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민노당은 침묵을 지켰다.
▷인터넷 매체에서는 많은 누리꾼이 “왜 친북세력들은 말이 없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한 누리꾼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에 빗대 ‘세기의 특채’라고 비꼬았다. 어떤 누리꾼은 “북한의 미친 쇼를 보고 촛불을 드는 사람은 왜 없느냐”고 질타했다. 다른 누리꾼은 “20대 애송이가 인민군 대장이라니, 아이들의 병정놀이도 이보다 유치하지 않다”면서 “동족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슬프다”고 개탄했다.
▷친북세력들은 천안함 폭침사건 조사 결과를 놓고 온갖 의혹을 부풀려 북한을 두둔하기 바빴다. 북한에 가서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원흉”이라며 김정일을 찬양하고 돌아온 한상렬 목사는 교도소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변호인단은 며칠 전 1심 공판에서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부정했다. 남한 주민을 상대로 김정은 선전 및 지지활동을 강화하라는 북의 지령이 언제 내려오는지는 친북세력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