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國(전국) 시대에는 대다수 제후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강제하여 영토를 넓히기 위해 부국강병에 주력하고 합종이나 연횡의 외교전술에 골몰했다. 그런데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란 국내에 仁政(인정)을 실시하고 대외 관계에서 정의를 중시하는 군주를 말하므로, 제후들이 지향하는 군주의 像(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양양왕은 냉소적으로 물었다. ‘대체 그런 군주에게 누가 돌아가겠소.’ 與는 歸依(귀의) 혹은 歸附(귀부)라 할 때의 歸와 같다. 백성이 돌아가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 孰能與之는 누가 그럴 수 있느냐, 누가 그럴 수 없느냐이고 행동주체의 가능성을 묻는 말이 아니다. 백성들이 귀의하는 일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을 품고 있으니 ‘能’자가 참으로 묘하다.
仁政을 실행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국가가 과연 자국의 주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지금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