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히트 바이 피치(Hit by Pitch·사구)
이대호의 영웅본색 먼저 홈플레이트에 도달한 조성환(왼쪽)과 김주찬(가운데)은 이대호를 영접했다. 연장 10회초 결승 3점홈런. 그가 왜 ‘부산의 영웅’인지에 대한 설명은 이 한방으로 충분했다. 롯데는 이 하이파이브와 함께 부산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두산 1·2회 사구로 만든 득점찬스 무산
4회 강민호 밀어내기 사구 등 롯데 행운
김선우 ‘몸에 맞는 볼’만 2개로 1점 헌납
사구(死球)는 투구가 타자의 몸이나 장비(유니폼 포함)에 맞는 것을 일컫는다. 단, 장비 중 배트는 제외한다. 사구는 미국에서 ‘히트 바이 피치(Hit by Pitch)’라고 한다. 말 그대로 투구(Pitch)에 맞는 것(Hit) 것이다. 히트 바이 피치를 줄여 ‘HBP’로 표기한다. 또는 ‘Hit Batsman(HB)’라고도 한다. 사구가 되기 위한 조건은 야구규칙 6.08에 기술돼 있다. 크게 보면 타자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에서 투구에 맞았을 때 ▲투구를 피했는데 맞았을 때(또는 피할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맞았을 때) ▲투구에 스윙을 하지 않고 맞았을 때.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심판은 사구를 선언하고, 동시에 볼데드가 돼 모든 플레이는 정지된다. 타자는 1루까지 안전진루권을 얻어 주자가 되며, 타자가 1루로 출루함에 따라 베이스를 비워줘야하는 선행주자 역시 한 베이스씩 안전진루권을 얻는다. 투구가 일단 땅에 닿은 뒤 이것을 피하려고 한 타자에게 닿았을 때도 타자에게는 1루가 허용된다. 단, 바운드되지 않은 투구가 스트라이크존에서 타자에게 닿았을 때는 사구에서 제외된다. 또 타자가 스윙을 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사구가 아닌 스트라이크로 선언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사구 때 타자에게 1루 안전진루권이 주어진 것은 1887년부터 시작됐다.
가을 하늘에 햇살(sunny)은 언제쯤 비칠까. 위기의 팀을 구하기 위해 나온 김선우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팀 타선의 침묵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준PO 2차전 초반 분위기 사구의 명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투수의 와일드피치가 승부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면, 2차전 초반은 사구였다. 특히 몸쪽 승부가 많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사구가 승부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1회말 두산 공격.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와 보크로 2루까지 진루한 상황에서 2번타자 오재원이 롯데 선발투수 사도스키의 투구에 다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무사 1·2루 황금찬스. 사구가 개입하면서 롯데 수비진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틈을 타 곧바로 이종욱의 3루 도루로 무사 1·3루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고영민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오재원의 2루도루로 1사 2·3루 찬스를 이어갔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2회말 1사후에도 손시헌의 내야안타 후 임재철의 사구로 1사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무위로 끝났다. 반면 롯데는 사구로 선취점을 올렸다. 4회 선두타자 손아섭이 두산 선발 김선우의 원바운드된 투구에 다리를 맞는 행운을 잡은 뒤 계속된 1사만루서 강민호가 몸쪽 투구에 왼쪽 허벅지를 맞았다. 밀어내기 사구. 9회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사구 2개를 득점과 연결시킨 롯데와 득점으로 잇지 못한 두산의 명암이 갈렸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