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잠실구장. 두산 정재훈은 훈련을 마치고 마침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임재철을 보자마자 “아∼. 재철이 형의 기록을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전날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3-4로 뒤지던 두산은 6회 1사 2루에서 터진 임재철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터진 고영민의 적시타로 재역전했다. 그러나 7회 가장 믿을만한 중간계투 정재훈이 1점을 내주면서 다시 동점이 됐고 9회 터진 전준우의 결승홈런으로 롯데가 1차전 승리를 따냈다. 만약 이날 두산이 이겼다면 이날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한 임재철이 MVP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정재훈은 “전준우의 홈런보다 7회 어이없게 점수를 준 게 더 마음이 안 좋았다”며 “재철이 형의 활약을 내가 날려버렸다”고 씁쓸해했다. 옆에서 자책하는 정재훈을 보며 임재철도 농담조로 “그러게. 좀 지켜주지”라고 구박(?)했지만 바로 “거기까지!”라고 했다. 이미 지나간 일, 더 이상 언급해봤자 소용없다는 의미였다. “괜찮다”보다 더 따뜻한 임재철의 말에 정재훈도 미소를 머금은 채 휴게실로 향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