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35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9월 15일 구속 기소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가 비자금 사용처에 관해 천 회장에게 40억여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08년을 전후해 수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선박 기자재 납품과 관련해 천 회장에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회장의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임천공업과 그 계열사 주식 18만4100주가 정상적인 거래에 의한 것인지, 천 회장의 청탁 대가는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친구로 수십 년 동안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대선 때도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천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혹과 구설의 대상이 됐다. 그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재판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 청탁 관련 혐의는 벗었지만 자녀들에게 차명 주식을 증여해 세금을 포탈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와 관련해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권력이나 그 주변 사람이 관련된 의혹은 정권 말기나 다음 정권이 들어선 뒤에야 실체가 확인돼 의혹의 당사자들이 사법 처리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검찰은 동물의 사체만 물어뜯는 하이에나라는 말을 듣는다. 특별검사가 빈번하게 임명되는 현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라서 주저한다면 공정한 검찰이라고 할 수 없다.
검찰은 대통령의 측근이 관련된 사건일수록 더욱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청와대의 눈치나 보며 정의의 실현을 외면하는 검찰은 ‘공정한 사회’를 희화화할 뿐이다. 현 정부도 스스로의 건강성을 위해 썩은 사과를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