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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기부를 낳다

입력 | 2010-10-01 03:00:00

“서울대에 133억원 기부 정석규씨에 보은” 재학생 600명 1200만원 모아 장학금 내놔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이사장(가운데)이 30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기념관에서 학생들이 만들어준 자신의 ‘모자이크 초상화’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서울대 학생들은 그를 ‘신양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20년 된 양복을 입었고, 그만큼 낡은 구두를 신었다. 식사 때면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줄을 서서 2500원짜리 밥을 사먹는다. 위를 전부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부터 점심밥을 많이 남기게 되자 빈 보온도시락을 들고 다니며 남은 밥을 싸서 저녁으로 챙겨먹는다. 그는 10년간 서울대에 133억 원을 기부한 ‘서울대 기부왕’,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이사장(82)이다.

30일 오후 4시 서울대 법대 100주년기념관에서는 신양 할아버지에 대한 보은 행사가 열렸다. 이벤트는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정 이사장의 후배이기도 한 문주용 씨(25·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가 ‘신양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고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낡은 양복을 바꿔주자”며 양복선물을 제안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신양 할아버지에게 가장 어울리는 선물은 ‘또 다른 기부’”라고 많은 학생들이 의견을 모았다. 두 달여 600여 명의 학생이 주머니를 털어 1200여만 원을 모았다. 이 돈은 관악구 지역의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주는 장학금과 서울대 학생들이 봉사하는 공부방 지원금으로 전달됐다.

관악구 꿈둥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한 소녀가장은 밀린 3개월 치 도시가스비를 내고 따뜻한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후두암에 걸려 두 차례 대수술을 받아 말하기가 어려운 신양 할아버지가 자리에 모인 100여 명의 학생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학생의 입을 빌려 정 이사장은 “오늘 이 자리가 나에 대한 감사의 표시보다도 지난 10년 동안 내가 뿌린 씨앗이 여러분의 나눔의 봉사정신을 통해 다시 결실을 보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