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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Ⅱ 外

입력 | 2010-10-02 03:00:00

민영화 덫에 걸린 미국, 무너지는 중산층




연금혜택 줄자 재취업 지난해 월마트에 취직한 전 제너럴모터스(GM) 직원 배리 헤이건 씨. 그는 GM에서 정년퇴직한 뒤 GM이 제공하는 건강보험과 연금으로 넉넉한 생활을 누렸지만 GM 파산 이후 혜택이 대폭 줄어들자 월마트에 재취업했다. 사진 제공 문학수첩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해 9월 15일 158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4위의 증권사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미국인들은 메시아처럼 등장한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오바마의 취임 직후 지지율은 70%에 달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지만 최근 그의 지지율은 40%대로 급락했다. 2년도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민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바마 대통령조차 일선 지역구에서는 기피인물이 돼 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문제다.

경제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높은 실업률과 계속되는 경기침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정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무능을 공격한다. 40%대에 머문 오바마의 지지율은 공화당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 초 타임 인터넷판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취임 초 오바마의 지지율은 일종의 거품이었다는 것이다. 많은 유권자가 초보 정치인 오바마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지했기 때문에 생긴 거품이었다.

그렇다면 오바마 취임 이후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 책은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본 오늘날 미국의 실상이다. ‘민영화의 덫에 걸린 오바마 시대’라는 부제가 이 책의 시각을 드러낸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미국경제의 파탄을 고발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바마 정권이 등장한 지 2년이 지나고 있지만 현재 미국의 정책은 부시 정권 때와 다름이 없다고 본다. 이른바 교육 의료의 민영화를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예산은 높아만 가고 사회보장과 교육 예산은 삭감되었으며 의료파산자와 주택을 차압당한 사람은 여전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7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상 최대치인 1400조 원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중산층까지 무너지고 있는 것이 미국의 실상이란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민영화는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예를 들어 학자금 대출을 보자. 대학의 대출금 창구에서 권장해준 대로 ‘샐리 메이’로부터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들은 서브프라임론과 마찬가지로 변동금리의 함정에 빠진다. 6개월에 5000달러씩을 연리 3.5%에 빌리지만 3년이 지나면 이 대출은 변동금리 통지와 함께 8%가 넘는 고금리로 바뀐다.

학생들은 대출을 받으며 신용카드 금리에 맞먹는 이자, 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제대로 고지받지도 못한 채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큰 병에 걸리면 파산하게 되어 있는 의료제도와 빈곤층을 가난한 범죄자로 만드는 민영화된 교도소 시스템을 지목하면서 저자는 미국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민영화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공기업과 교육 의료 같은 사회서비스 산업의 효율을 높여주지만 잘 못 쓰면 특정 기업의 배만 불려줄 수도 있다. 만사가 그렇듯이 민영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이다. 신자유주의 해법인 민영화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저자는 미국이 이제 아메리칸 드림이 불가능해 보이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전철을 밟으려는 나라들에게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회생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바마에 대해 실망했다고 해서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를 위해 뛰었던 청년들이 모색하는 새로운 변화가 주목의 대상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위안화 파워
글로벌 화폐로 부상한 中위안화 해부
쑨자오둥 지음·차혜정 옮김
328쪽·1만8000원·씽크뱅크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것은 위안화가 걸음마를 처음 떼는 ‘아이’가 아니며 이미 위풍당당한 ‘청년’으로 성장해 자신감 가득한 태도로 글로벌 탐색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 논의를 다각도로 살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위안화 국제화에 무심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이에 대해 강렬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더 많은 국가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것이고, 무역에서도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더 나아가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 유로의 뒤를 이어 새로운 국제화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이 책은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 자본시장의 성숙도가 떨어지고 자본개방이 완전히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점이 위안화 국제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파운드, 달러, 엔, 유로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화폐들의 흥망성쇠 과정을 짚으면서 위안화 국제화의 전망과 변수들을 짚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린치핀
게임의 룰 바꾸는 핵심인재가 되려면…
세스 고딘 지음·윤영삼 옮김
348쪽·1만5000원·21세기북스


현대 공장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좀 더 평균적으로 변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천재성과 예술성을 억눌렀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개인보다 단체가,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이 중시됐지만 앞으론 개인의 선택과 독창성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린치핀은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막대를 고정하는 핀을 말한다. 저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 핵심 인재’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저자는 언제라도 교체할 수 있는 부품 같은 존재가 아니라 꼭 필요한 인재 린치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린치핀의 첫 번째 단계다. 자신의 재능을 깨워 주목받는 불편함도 겪어야 하고,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의 기준에서 벗어나 저항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계를 넘어서면 게임의 틀을 바꾸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예술과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피카소와 밥 딜런 같은 인물부터 블로그와 트위터까지 다양한 예를 통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