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일본인에게’
시오노 나나미 씨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일본을 향해 일본의 역사소설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사진)는 이렇게 묻는다.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는 일본사회에 던지는 문제 제기다. 사회적 병리현상을 조목조목 짚어가는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로마인 이야기’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시오노가 최근 내놓은 시사평론 에세이 ‘일본인에게’.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2003년부터 최근까지 기고한 에세이를 엮어 출판한 책이다. ‘리더편’과 ‘국가와 역사편’의 두 권으로 나온 책은 모두 출판 4개월 만에 각각 20만 부와 18만 부가 팔렸다. 특히 ‘리더편’은 출판 직후 단박에 일본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후 줄곧 상위에 올라 있다.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이고 대학 졸업자의 절반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는 일본인에게 성과주의의 범람이 가져올 폐해를 지적한 부분은 일본인에게 위안이 됐을 것 같다.
“자극을 받아야 생산성을 내는 사람과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의 절대적 차이가 아니다. 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에서 생산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성과를 재촉하는 불안한 사회구조는 하나에 집중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덕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성공비결을 철저히 ‘승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계일까. 역사라는 거울에 비춰 현실을 바라보는 특유의 서술방식은 명쾌하지만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도 보인다. 일본인을 위한 충언이라고 하지만 한국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점도 간간이 눈에 띈다. 그는 “한중일 역사공동연구는 시간과 돈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객관적 접근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적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착실한 증거수집’에 투자하자고 제안한다. 더 무슨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나의 친구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이미지가 혼돈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