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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부각된 ‘이건희 상생경영론’

입력 | 2010-10-03 11:13:58


"협력사 관련 경영진단 내용을 보고드렸더니 이건희 회장님께서 '내가 30년 동안 강조했는데도 우리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고 실망하셨고 저도 질책을 받았습니다."

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1~3차 협력사를 포괄하는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는 최근 이건희 회장에게 협력사 실태를 보고하면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삼성의 상생협력 대책이 최근 정치권과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단순히 무마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창업 이래 근본적인 경영철학과 관련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신 경영'을 선언한 1990년대부터 '하청업체' 대신 '협력사'라는 용어를 쓰도록 하고, 구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특히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가 제시한 '인재제일, 합리추구, 사업보국, 공존공영'의 4대 경영이념 가운데 공존공영이 오늘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뜻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는 이 회장 지시에 따라 삼성에선 처음으로 최 대표 등 각 사업부 사장들을 포함한 40여명이 참석했고 1~3차 협력사 대표 180명도 참석했다. 특히 '협력사가 다양화되고 2, 3차로 분화됨에 따라 아래로 갈수록 지원이 미흡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 대표들이 현금결제 확대 등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방안을 따로 논의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협성회장인 이랜텍 이세용 대표는 "한꺼번에 100% 현금결제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가능한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주관으로 △3대 핵심 원자재인 철판, 레진, 동의 사급제 운영 △1차 협력사 확대방안 △기업은행 연계 금융지원 등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에 대한 설명회도 열렸다.

삼성 경영진 차원에서의 협력사와의 스킨십도 부각됐다. 이날 최 대표는 사업부장 및 구매담당 임원들과 함께 매달 1회씩 직접 협력사를 방문해 의견을 교류하고 협력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임원은 물론 신입사원까지 상생 마인드를 체질화하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협력사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만 그쳐선 곤란하며 협력사의 자기분발도 요구했다. 최 대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협력사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최고 실력과 기업가정신,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강화, 설비 및 부품의 국산화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상운 기자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