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공격적 매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정책과 아시아 통화 강세 전망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한창이던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양적 완화정책 재개를 발표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국채 매수를 선택한 것이다. 9월 회의에선 한발 더 나아가 정책효과가 미흡하면 발권력 동원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연준의 양적 완화정책과 유동성 공급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달러가치 하락으로 연결된다. 엔화 강세가 급속히 이루어진 상황에서 달러 약세를 흡수할 대상 통화로 아시아 통화가 물망에 올랐다. 최근 원화 강세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기초자산 투자를 통해 1차 수익을 거두고 환차익을 통해 2차 수익을 거두겠다는 심산이다.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 동향을 보면 신흥시장 선호현상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연초 이후 신흥시장 펀드에 501억 달러가 유입된 반면 선진시장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하는 인터내셔널 펀드에는 고작 15억 달러가 유입됐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펀드에 총 126억 달러가 유입된 반면 일본펀드에선 8억 달러, 서유럽펀드에선 122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주가 차별화와 지역별 자금 흐름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편 최근 원화 강세로 한국은행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금리인상은 원화 강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 환율만 본다면 금리인상이 여의치 않다. 복병은 물가다.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2.9%를 크게 웃돌아 유동성 팽창과 맞물려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인상과 동결,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