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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국 관광객 머물 방이 없는 서울

입력 | 2010-10-04 03:00:00


서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상당수가 쇼핑이나 관광을 하다 말고 버스를 타고 인천이나 경기의 숙소로 이동한다. 서울의 호텔이 태부족인 데다 숙박업소들이 오래 거래한 일본 관광회사에 방을 우선 배정하기 때문이다. 호텔형 주거시설인 레지던스에 대한 영업 규제로 객실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인천 경기의 호텔로서는 영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인들이 관광 목적지인 서울을 오가는 데 시간을 많이 뺏겨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주말 서울 명동거리는 물론이고 백화점 면세점 고궁과 제주 등 유명 관광지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씀씀이가 일본인의 2배인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상가마다 각종 이벤트와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1∼7일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예년보다 30% 많은 8만여 명의 중국 관광객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일 간 센카쿠 열도 갈등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에 유의하라고 권고하면서 한국 관광을 택한 중국인이 더 늘어났다.

소득 증가에 따라 해외여행에 나서는 중국인이 급증해 세계 관광산업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53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해외여행객의 3분의 2는 인근 아시아 국가를 찾는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이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며 경쟁을 벌이는 판인데도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은 더디다.

서울시는 9월 30일 2014년까지 관광호텔 객실 1만6000실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가 함께 풀려야 관광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정부는 관광이 고부가가치산업이며 일자리 확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만 요란하게 했지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없다. 호텔은 제세 공과금 부담이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차별을 받는다.

서울상공회의소는 오늘부터 남대문 상인 60명에게 두 달 코스로 중국어 회화를 가르친다. 며칠만 배우면 간단한 인사나 상품가격에 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고객 응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 어렵다는 불평도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도로와 철도는 잘돼 있어도 교통정체로 관광지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지역특성을 반영한 볼거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교육열을 활용해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성형 등 의료관광은 잘만하면 현금을 짜내는 젖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