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서는 흔히 미친 선수가 나오는가 하면 이유 없이 고개를 숙이는 선수도 적잖다.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은 타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한번 감을 놓치고 한 경기를 무안타로 끝내면 부담감에 빠져 더욱 부진하기 일쑤다. 정규 시즌에서 팀의 간판타자들이 부진에 빠지면 감독은 고민에 빠진다. 어쨌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계속 맡기거나 바꾸거나. 그 책임은 감독이 진다.
김경문 두산 감독과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선택은 모두 믿음이었다. 김 감독은 1, 2차전에서 8타수 무안타 삼진 5개에 그쳐 3차전에서 뺐던 최준석을 4차전에 다시 4번 타순에 배치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최준석도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힘을 발휘하고 싶을 것이다. 오늘은 왠지 하나 쳐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타선의 중요 축인 카림 가르시아도 침묵을 지키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르시아는 1, 2차전에서 각각 4타수 무안타로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3차전이 돼서야 첫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1∼3차전에서 가르시아를 7번 타자로 기용했던 로이스터 감독은 4차전에선 그를 6번으로 올렸다. 그는 “가르시아의 타격감이 이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최고의 파괴력을 발휘하는 타순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9회 3점 홈런을 날린 두산의 2년차 정수빈도 김 감독의 과감한 대타 기용에 보답했다. 물론 그 뒤에는 1사 2, 3루 위기에서 임경완을 내보냈다 실패한 로이스터 감독의 믿음도 있었다.
부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