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그래도 100kg는 넘어야 좀 힘을 쓰지…”

입력 | 2010-10-04 11:07:00


 이대호

현대인들은 적당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살과의 전쟁'을 벌인다.

사실 의학적으로도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등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거구의 파워맨들도 있다.

올 시즌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강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태호(28·롯데), 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김태균(28·지바 롯데).

동갑내기로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함께 활약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만이라는 것.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홈런, 안타, 타율,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에 오른 이대호.

그는 192㎝의 키에 체중이 135㎏에 육박한다. 이런 그의 체질량지수(BMI)는 '36'을 넘는다.

일본프로야구 진출 첫해인 올 시즌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8(527타수 141안타), 홈런 21개, 92타점을 기록하며 소속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김태균. 그는 184㎝에 105㎏으로 체질량지수가 '31'이다.

 추신수


엄지손가락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타율 3할,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한 추신수. 181㎝의 그의 체중은 92㎏으로 체질량지수가 '28'에 달한다.

체질량지수가 25만 넘어도 비만이라며 의사가 경고를 보내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가히 '환자' 수준.

그렇지만 이대호와 추신수, 김태균 등 '거포 3인방'은 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이대호 같은 경우는 "살이 너무 빠지면 타격 능력도 줄어든다"고 말한다. 과거 이대호는 이런 경험을 했다.

투수 출신에서 타자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대호는 타자로 전향을 시도하면서 무리하게 감량을 하다 무릎 수술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최소한 체중이 100㎏은 넘어야 힘이 좀 나온다"며 살 빼기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편.

 김태균


김태균도 올 초 지바 롯데에 입단할 때 팀의 대선배인 이구치 타다히토(36)로부터 "더 많이 뛰면서 다이어트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일본 도착 때 몸무게가 110㎏까지 늘어났던 그는 야식을 멀리하고 훈련에 충실하면서 5㎏정도 감량을 했다. 하지만 그도 "러닝과 근력 강화 훈련을 열심히 해 다이어트를 하겠지만, 너무 살을 빼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거포 3인방' 중 가장 적정 체중에 가까운 추신수. 그도 키에 비해서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160㎞ 광속구에도 배트 스피드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 정도 체중은 유지해야 한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대호와 김태균, 추신수가 뛰어난 유연성과 선구안, 그리고 큰 체격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거포로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 시즌 한미일 프로야구를 뜨겁게 하고 있는 이들 '거포 3인방'을 보면, 헬스장에서 매일 체중계에 올라서서 '오늘은 얼마나 줄었나'하고 체크하는 게 정신 건강학상으로는 오히려 안 좋은 게 아닌가 싶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