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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결국… 불법정치자금 법정 선다

입력 | 2010-10-05 03:00:00

日검찰심사회 “재수사 불충분” 강제기소 결정
정치생명 최대위기 오자와 “재판서 결백 입증”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8·사진) 전 민주당 간사장이 불법 정치자금 의혹 문제로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달 14일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대패한 데 이어 이번에 강제기소까지 당함에 따라 오자와 전 간사장은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도쿄지검 제5검찰심사회는 4일 회의를 열고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강제기소를 결의했다. 검찰심사회는 결정문에서 “(1차 강제기소 결의 이후) 검찰의 재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오자와 씨의 유무죄 여부를 재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심사회가 강제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올해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법원은 검찰 대신 변호사를 선임해 오자와 씨에 대한 강제기소 절차를 밟게 된다.

도쿄 제5검찰심사회가 문제 삼은 것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관리 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의 2004년과 2005년 정치자금보고서 허위기재 부분이다. 리쿠잔카이는 2004년 10월 오자와 전 간사장으로부터 4억 엔을 빌려 도쿄 시 세타가야(世田谷) 구에 택지를 구입하고 이를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서 밝히지 않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땅을 샀다고 허위기재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올해 초 이에 대한 수사를 벌여 오자와 전 간사장의 비서 3명을 기소했으나 오자와 씨에 대해서는 혐의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는 “비서들만 기소하고 감독 책임이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을 불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1차 회의에서 기소를 결의했고, 검찰이 다음 달인 5월 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이날 다시 2차 강제기소를 결의했다.

이날 검찰심사회의 강제기소 결정에 대해 오자와 전 간사장은 “왜 이렇게 돼가는지 모르겠다”며 “재판에서 본인의 무죄가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검찰심사회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결백한 만큼 법정에서 이를 입증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여 왔다. 법정투쟁을 하더라도 민주당을 탈당하거나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제기소된 오자와 전 간사장을 향한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검찰심사회가 처음으로 강제기소를 결의했을 때 여론의 80%가 간사장직 사퇴를 요구했을 정도다. 실제로 법정에 서게 되면 여론은 더욱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당 내에서의 오자와 전 간사장의 입지도 불안하다. 벌써부터 당 내에서는 탈당 요구가 거론되고 있다. 마사노 세이슈(牧野聖修) 국회대책위원장 대리는 “탈당하는 게 당연하다. 오자와 씨가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면 제명 처분이나 탈당권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자와의 전 비서인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의원도 이번 문제로 기소되자 바로 당을 떠났다. 민주당 소속 의원의 3분의 1인 150여 명을 거느리는 최대 계파 수장이라고 해도 정치자금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된 이상 계속적인 지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검찰심사회 ::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1948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로 뽑은 일반 시민 11명으로 구성된다. 11명 중 8명 이상이 ‘기소상당’ 결정을 내리면 검찰은 기소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3개월 이내에 기소하지 않을 경우 검찰심사회는 두 번째 심사를 열 수 있고 재차 기소상당 결정을 내리면 판사가 지정한 변호사가 강제 기소하게 된다. 2009년 5월 20일부터 관련법이 강화돼 검찰심사회 의결에 구속력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