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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페이스북의 두 얼굴

입력 | 2010-10-05 03:00:00


“페이스북에서 당신을 찾는 친구가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을 모르는 사람은 이런 e메일을 받으면 놀라서 지워버리곤 한다. 페이스북의 달인들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순식간에 친구가 된다. e메일을 등록하는 순간부터 이 ‘얼굴 없는 기술’은 저 혼자 끊임없이 계산해서 ‘모교’ 정보로 동창을 찾아주는 건 기본이고, 공통의 친구가 많은 사람을 찾아내 “서로 아는 사이지”라고 묻고는 친구로 사귀라고 권유한다. 너무나 친절하지만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한 페이스북의 두 얼굴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26)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지난주 개봉하자마자 북미 흥행실적(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 속의 그는 하버드대 시절 선배들의 아이디어를 훔쳐 부자가 됐다. 천재적이지만 무자비한 인물이다. 실제의 그가 영화 개봉 직전인 지난달 24일 뉴저지 주 뉴어크 시 공교육 개혁을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영화 시사회 시점과 맞춰 착한 척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주커버그 측은 물론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한 페이스북 신화의 ‘진실’에 따르면, 주커버그가 소셜 네트워크 ‘하버드 커넥션’을 만드는 선배들의 작업을 위해 잠시 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선배들의 작업이 끝나기 전에 독립해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배신감을 느낀 선배들은 그가 아이디어를 훔쳤다며 소송을 걸었고, 주커버그는 수천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주고 해결했다. 당시는 이미 클럽 넥서스 같은 비슷한 서비스가 꽤 존재했다.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든 사람은 역시 주커버그였던 셈이다.

▷지금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페이스북이다. 주커버그의 자산도 지난해 2억 달러에서 69억 달러로 급증했다. 개인의 정돈된 정보, 즉 프로파일(profile)의 가치가 페이스북의 급성장 요인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공개가 상황이 바뀌면 자신을 공격하는 무기로 변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 고교 연설에서 “한때 페이스북에 올린 정보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며 신중을 당부한 것도 그래서였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