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도전할 각오 먼저 해야
‘엉클 분미’. 사진 제공 백두대간
줄거리를 요약해보자.
‘분미’란 이름의 태국 시골 아저씨가 있다. 신장이 좋지 않아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 분미는 어느 날 밤 처제인 ‘젠’과 ‘통’이란 젊은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저녁식탁에 19년 전 세상을 떠난 분미의 아내 ‘후아이’의 혼령이 나타난다. 잠시 뒤엔 원숭이 귀신에게 홀려 그들과 성교한 뒤 스스로 원숭이 귀신이 되어 사라졌던 아들 ‘분쏭’이 13년 만에 털북숭이가 되어 등장한다. 분미는 점차 자신의 전생을 떠올리면서 숲 속의 수많은 영혼들과 자신이 영혼의 공동체를 이뤘음을 깨닫는다. 그러곤 혼령으로 나타난 아내의 뒤를 따라 숲 속 동굴로 들어간다. 그리고 “난 전생에 이 동굴에서 태어난 적이 있어. 어젯밤 다음 생에 대한 꿈을 꿨어”란 말을 남기고 숨진다. 분미가 죽은 뒤 분미를 간호하던 통은 돌연 스님이 되어 있다. 통은 장례를 치른 젠이 머무르는 숙소에 찾아오고, 둘은 식사를 하기 위해 방을 나서려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통과 젠이 나가려는 순간 침대 위엔 자신들과 똑같은 통과 젠이 TV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런 식의 줄거리 요약도 일종의 관습에 속한다. 이렇게 뭔가 핵심적 중심 이야기가 있는 줄거리를 읽고 이 영화를 보면 굉장한 낭패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엔 분명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우리가 익숙하고 기대하는 대로 전개되진 않기 때문이다.
자, 엉클 분미의 이런 본질을 기반으로 해서 이 영화의 줄거리를 다시 요약해보자. 이 영화의 뉘앙스를 고스란히 살려 줄거리를 정리하면 정말 낯설고 황당한 스토리텔링이 된다. 이렇게.
‘분미’란 시골 아저씨가 있었네. 신장병을 앓아 죽음을 앞두고 있네. 처제인 ‘젠’과 ‘통’이란 젊은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분미. 식탁 빈자리에 19년 전 죽은 아내 ‘후아이’가 나타나네. 안녕, 후아이. 보고 싶었어. 아, 이런 집안의 경사가. 13년 전 원숭이 귀신이 된 아들도 나타났네. 그래. 전생이 생각나. 옛날 옛적 얼굴이 못생긴 공주가 있었는데. 자신에게 ‘아름답다’고 말해준 물속 메기를 만나 성교를 했네. 메기가 공주고 공주가 메기네. 메기가 분미고 분미가 공주네. 죽음이 삶이고 영혼이 인간이네. 아, 나 이제 아내의 영혼을 따라가리. 그리고 영혼과 육체가 오가는 삶 속에서 인간은 깨달음을 얻으리니. 청년 ‘통’이 스님이 되고, 스님이 영혼이 되고,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지만 분리되지 않은 것과 같다네….
어떤가. 이 영화에 한번 도전해 보고픈 생각이 드시는지. 상영시간 113분을 당신이 만약 온전히 견뎌낸다면 당신 또한 유체이탈을 경험하리라.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