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광고에 ‘부모와 학부모’라는 재미있는 카피가 등장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로 시작하는 문구는 우리 시대 참된 교육에 관한 솔직한 고민을 잘 담았다. 바야흐로 입학시즌이라 수험생을 두고 있는 모든 부모는 이 광고 카피에 살짝 뜨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광고 카피가 가슴에 와 닿는 직업이 있다. 바로 주식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입버릇처럼 멀리 보라고 한다. 장기 투자가 결코 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통계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현실세계에서는 앞만 봐야 했다. 당장 매매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탓도 있지만 고객들도 ‘앞에 보이는’ 수익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9월부터 금년 9월까지 주가가 1,700포인트를 중심으로 횡보하는 구간에서는 투자가들의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투자나 금융상품이 패션화되어 왔다. 특정 투자스타일이나 상품이 히트를 치면 고객들이 우선 그것만을 찾았고 마찬가지로 주식전문가들도 신상품 중심으로 영업을 벌이며 단기 속도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주가가 1년 만에 지루한 박스권을 탈출해 1,900포인트를 넘보고 있는 지금 증시전문가들은 고객에게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앞만 보라고 하는 입장에서는 1,900포인트에서 자신 있게 주식을 사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2007년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2,070포인트에서 불과 10% 남짓 여유 있는 지점에서 추가수익을 겨냥해 공격적인 투자를 권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채권으로 돌리고 싶은데 사상 최저금리 돌파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이 또한 만만한 선택은 아니다. 그렇다고 몽땅 현금화해서 마냥 기다려 보자고 하기에도 초조하다. 미적거리는 사이 나만 남겨놓고 이른바 ‘대박’을 부르는 기차가 떠날 것 같은 불안감에 각종 재테크 가이드를 열심히 보지만 수익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상품은 사실상 없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