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에만 막 퍼주는 막걸리 ‘소매’개척은 40곳중 2, 3곳뿐
막걸리 붐을 타고 국내 막걸리 업체의 일본 진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과당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주류 소매점의 막걸리 판매대 모습. 도쿄=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올해 여름, 일본에서 한국 음식점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신오쿠보(新大久保) 지역의 한식당 주인들 사이에서 “이번 여름엔 막걸리 걱정은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식자재만 구입하면 막걸리를 공짜로 납품하겠다’는 업체들이 넘쳐났기 때문. 한국식품 수입업체 이모 사장(48)은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끈다고 하자 한국 막걸리업체들이 너도나도 대책도 없이 일본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대책 없는 과당경쟁, 김치 꼴 날 수도40여 곳이 넘는 막걸리 업체가 일본에 진출하고 있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본격적인 현지 시장 공략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좁은 신오쿠보 지역에서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작 일본 소매 시장 진출에 성공한 업체는 두세 개에 불과하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가정집에서 마시는 술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막걸리가 진짜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소매시장 개척이 필수적이지만 여기에 관심과 능력을 갖춘 막걸리 업체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규모가 약 4조 엔(54조 원)으로 평가받는 일본 주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높은 품질이 필수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일본 업체와 손잡고 일본 진출을 준비했던 한 업체의 경우 까다로운 품질검사 기준에 막혀 아직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수입업체 사장은 “일본 유통시장과 소비자의 품질 기준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며 “한 번이라도 부패, 유통기한 초과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 전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순당의 일본법인 ‘BSJ 저팬’의 김철 사장은 “대다수 업체들은 품질 관리는 뒷전이고, 오로지 한국 식당만 바라보고 있다”며 “시장 개척과 자정 노력이 없으면 일본 기업이 시장을 점령해버린 김치 꼴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일본 시장 진출을 검토했던 몇몇 대기업은 이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출혈 경쟁이 정리되면 막걸리의 특성 때문에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저팬 김효섭 사장은 “일본 시장에서 ‘하이볼’(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은 칵테일)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가볍고 마시기 편한 막걸리도 성공 요인은 충분하다”며 “막걸리 이미지가 흐려지지 않도록 업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정부·업체, 자정 움직임 시동 정부도 최근 일본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출혈·과다 경쟁도 심각하지만 냉장 보관이 필수인 막걸리를 대책 없이 운반, 공급하다 불량품이 발생하는 등 막걸리 전체의 이미지를 망치는 경우가 있어 문제”라며 “우수 막걸리를 대상으로 수출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출범한 ‘막걸리 수출협의회’를 통해 업체의 자정 노력을 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월드컵 16강 막걸리’와 같이 품평회 등을 통해 우수성이 입증된 업체에 수출 지원 혜택을 줄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수출을 하겠다는데 정부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협의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개선 작업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식품 수입업체 ‘아사히식품’의 정정필 사장은 “막걸리 유통망이 이제 막 일본 전체에 모세혈관처럼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이것이 탁해지지 않게, 또 급하게 확장하려다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와 업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오사카=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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