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감독대행 체제 10개월, 압박-패스로 대학무대 호령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으로 대학 축구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서동원 고려대 감독 대행(오른쪽)과 김범수 골키퍼 코치. 이들은 선수들이 축구를 이해하고 공을 차게 하는 지도 방식으로 대학 축구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고려대 서동원 감독 대행(37)과 김범수 골키퍼 코치(42). 올 초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로 그만둔 전임 감독 대신 팀을 맡은 서 감독 대행은 형님 같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대부분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고 밀린 선수들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선수들은 지시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종 시청각 자료를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공을 찬다. 축구를 이해하면 관심을 더 갖게 돼 공부도 하게 되고 향후 심판이나 지도자, 행정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도 세계 축구의 흐름에 맞게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혀 강한 압박과 세밀한 축구를 구사한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춘계연맹전에서 4강에 들었고 7월 열린 제11회 대학대회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고연전에서는 연세대를 3-0으로 완파하고 전체 5개 종목 중 유일하게 고려대에 승리를 안겼다. 김 코치의 지도를 받은 1년생 골키퍼 노동건의 활약이 빛났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힘과 투지만 앞세우던 고려대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K리그 선두를 달리는 제주 유나이티드 같은 오밀조밀한 축구로 연세대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공수 간격을 좁히고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로 이어지는 압박에 연세대는 속수무책이었다. 선수들은 축구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남북단일팀으로 나간 1991년 20세 이하 포르투갈 세계선수권대회 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유망주였던 서 감독 대행은 고려대를 거쳐 프로에 입단했지만 신장이 좋지 않아 지도자의 길을 일찍 걸었다. 2000년 독일 3부 리그 아인트라흐트 트리어에서 1년간 선수 생활을 하며 공부했다. 은퇴한 뒤에는 2002년 다시 독일로 가서 공부했다. 지도자 자격증 가운데 최고인 P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서 감독 대행은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창조적인 축구를 하는 게 목표다. 고교 때 주목받지 못하다 대학에 와서 뒤늦게 꽃을 피우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를 발굴해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