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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Golf]막걸리! 주말골퍼 최고의 친구

입력 | 2010-10-07 03:00:00


 

이제는 열풍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1번홀을 마치고 2번홀로 향하듯, 라운드 도중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은 주말 골퍼들의 일상사가 됐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막걸리는 인기다.

막걸리가 본격적으로 골프장에 진출한 것은 작년부터다. 웰빙 바람을 타고 막걸리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장에서도 막걸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막걸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단백질과 비타민 B, 칼슘 등이 많아 피로 해소와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몸에 좋은 유산균이 일반 유산균 음료보다 100배 정도 많지만 열량은 낮아 과음하지 않는다면 ‘건강 음료’라 불릴 만하다. 라운드 시간에 맞춰 서두르다 아침을 거른 골퍼들이 공복감을 해결하는 데도 효과 만점이다.

최근에는 막걸리 없는 골프장을 찾기 힘들지만 3, 4년 전만해도 막걸리는 골프장과 어울리지 않는 술로 여겨졌던 게 사실. 이런 점에서 경기 여주 이포CC는 ‘골프장 막걸리’의 원조로 꼽힌다. 이곳 그늘집에서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막걸리를 마실 수 있었다. 이포CC 김성원 사장은 “당시 캔 막걸리가 처음 출시됐을 때 지인의 부탁으로 그늘집에 들여놨다. 솔직히 얼마나 팔릴까 의문이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때만 해도 대형 마트에서 막걸리를 보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구입 방법을 물어보는 손님도 있었고 ‘막걸리 마시러 이포CC 간다’는 골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주위의 권유로 2000년대 중반부터 생막걸리도 판매를 시작했다. 요즘 이포CC의 캔 막걸리와 생막걸리의 판매 비율은 반반 정도. 여성 골퍼들은 주로 탄산이 포함돼 상큼한 맛이 있는 캔 막걸리를 즐기는 데 비해 나이 든 남성 골퍼들은 막걸리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생막걸리를 선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 그늘집의 절대 강자였던 맥주는 이미 막걸리에 그 자리를 내줬다. 이 골프장의 경우 막걸리와 맥주의 판매 비율은 7 대 3정도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막걸리가 아닌 지역 특산 막걸리를 파는 골프장도 많아졌다. 가평베네스트의 ‘잣 막걸리’, 베어크리크의 ‘조 막걸리’, 몽베르의 ‘더덕 막걸리’ 등이 그렇다. 캔이나 페트병이 아닌 추억의 양은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뚝배기 사발과 함께 내놓는 곳도 있다.

막걸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안주도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멸치와 고추장을 기본 안주로 내놓는 곳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파전, 부추전, 두부김치, 순대, 닭발 등 막걸리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들이 나왔다. 삼합을 내 놓는 곳도 있다.

김 사장은 “안주는 내장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수시로 메뉴를 바꾸고 있다. 막걸리는 맥주보다 단가가 낮아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계속 좋은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샷에 이은 막걸리 원샷. 2010년 골프장의 그늘집 풍경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