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매킨타이어/이양수 지음/김영사
이 책의 부제는 ‘정의로운 삶의 조건’이다. 책은 정의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정의론의 대가인 존 롤스(1921∼2002)와 그를 비판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미국 듀크대 철학과 교수)의 철학을 비교하는 데서 찾는다.
미국 태생의 롤스가 청·장년기를 보낸 1950, 60년대 당시의 지배적인 사회이론은 공리주의였다. 그는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정의원칙을 제시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결과 그가 고안한 것이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라는 사유실험이었다. 원초적 입장은 생각을 통해 각각의 입장의 우열을 가려보자는 것이다. 그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월함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과 절차다. 이 입장은 우리의 생각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상적인 실험일 뿐이다.
당시에도 그의 이런 생각은 현실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도출된 정의원칙이 현실의 ‘부정의(不正義)’를 누르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나침반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회제도의 정의로움’이었다. 그는 사회의 효율성을 중요시하면서도 모두가 도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공명정대함에 효율성이 종속돼야 한다고 믿었다. 이 점이 롤스의 정의관과 공리주의가 확연히 다른 점이다.
하지만 실제 인간은 불합리하며 나약하고 허상을 좇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는 롤스의 이론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도덕군자 같은 인간들에게 주목해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개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매킨타이어의 생각이다. 그는 현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제 개인의 구체적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탐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그는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공동체 안에서 구현하고, 다양한 사람이 품고 있는 가치 속에서 공통의 선을 이룩할 수 있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정의란 보통 사람들이 도덕성을 획득해가는 이유이자 과정이다. 도덕적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이해에 매몰된 사람들이 타인의 요구에 주목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절제할 수 있는 도덕적 삶 그 자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롤스의 원초적 입장처럼 이미 도덕적 삶의 완성을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롤스와 매킨타이어 모두 사회정의의 실현이 힘든 여정이라고 여겼지만 롤스는 그 방향성만 확보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롤스는 이론적인 원칙의 확립에 매달렸다. 반면 매킨타이어는 이런 방향성이 사회의 문화, 역사 등을 배제한 것이라면 사회정의의 실현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