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2008년 아픔 되새겨주지”…선동열 “2008년 아픔 돌려드리죠”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서로 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삼성 선동열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고려대 3년 선배인 김 감독이 ‘방장’일 때 선 감독은 ‘방졸’이었다. 대학 시절 여드름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둘은 나란히 같은 피부과에 다니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둘은 평소에도 무척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라운드 밖에서의 얘기다. 경기가 시작되면 둘의 머리싸움은 불꽃을 튀긴다. 사령탑으로서 둘은 이전까지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었다.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선 감독이 4전 전승으로 이겼고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는 김 감독이 4승 2패로 빚을 갚았다. 7일 시작되는 이번 플레이오프는 태양(Sun)과 달(Moon)의 3라운드다.》
○ 삼성이 이긴다… 마운드 더 높고 휴식 충분 객관적인 전력이나 상황으로 볼 때 삼성이 유리하다. 삼성은 정규 시즌에서 각각 13승과 10승을 거둔 장원삼-차우찬의 왼손 원투펀치가 강력하고 정현욱-권혁-안지만으로 이어지는 불펜은 거의 역전을 허용한 적이 없다.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10승 9패의 우위를 보였다. 두산 선수들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혈투를 치르느라 피로가 쌓인 반면 삼성 선수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상대 전력을 분석한 것도 강점이다. 이전과 비교해 두 팀의 컬러도 다소 바뀌었다. 한때 ‘발야구’로 불렸던 두산은 5명의 20홈런 타자를 보유한 장타력 군단으로 거듭난 데 반해 거포가 즐비했던 삼성은 기동력의 팀으로 재탄생했다. 30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3명(조동찬 김상수 이영욱)이나 된다.
○ 두산이 이긴다… PS경험 풍부, 분위기 상승세 피로가 쌓인 것은 사실이지만 두산이 상승 분위기인 것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처음 두 경기를 내준 뒤 내리 세 경기를 이긴 게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침체됐던 타선은 김현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페이스를 회복했다. 삼성이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맞선다면 두산 선수들은 경험이 풍부하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4년 이후 올해까지 두산은 6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젊고 어린 선수들조차 큰 경기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시 못할 자산이다. 김 감독은 “롯데에 처음 두 경기를 내줬을 때도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한두 번 져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1차전 선발… 삼성 차우찬, 두산 홍상삼 맞대결 준플레이오프에서 확인되었듯 정규 시즌과 단기전은 차원이 다른 싸움이다.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집중력과 경기 당일의 컨디션이 더 중요하다. 선 감독이 올 시즌 두산전에서 4승을 거둔 장원삼 대신 1승에 불과한 차우찬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운 것도 현재의 컨디션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 속칭 ‘미친 선수’는 집중력 속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백업 포수였던 용덕한이 9타수 6안타 4타점으로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걸 누가 예상했을까. 6일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임재철은 “내가 가장 미치고 싶다”고 했고, 삼성 주장 강봉규는 “진갑용 선배와 우찬이가 잘해줄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은 1차전 선발로 올 시즌 삼성전에 부진했던 홍상삼을 내세운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