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벽을 넘지 못했다. 관중석의 팬들도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경기장을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 팬이 펼쳐 보인 ‘롯데의 가을은 내년에도 돌아온다. 최고의 팬들과 함께’라는 문구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롯데의 가을잔치는 올해도 일찍 막을 내렸지만 가장 풍성했다. 시리즈가 열리는 내내 잠실구장과 사직구장은 한국시리즈 열기를 방불케 했다.
준플레이오프는 1989년 단일 리그를 시작하면서 도입한 제도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야구를 시작한 미국과 일본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였다. 말도 많았다. 당시 일곱 팀 가운데 네 팀이 가을잔치에 초대받았으니 정규 시즌 성적이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판을 수용해 아예 시리즈가 열리지 못한 적도 있다. 1995년이 그랬다. 3위 롯데와 4위 해태의 승차가 3.5경기로 준플레이오프 개최 요건인 세 경기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2위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OB(현 두산)에 무릎을 꿇었다. 1995년 기준이라면 롯데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 롯데는 3위 두산에 네 경기 차로 뒤졌다.
2007년 한화-삼성의 준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서 2만8000명에 그쳤던 관중은 2008년 6만9559명이 됐다. 경기장 수용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롯데-두산 네 경기에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1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다섯 경기에 13만8000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입장 수입도 사상 처음으로 20억 원을 넘었다(27억6425만7000원).
롯데는 올해도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렇지만 역대 가을잔치 최고의 서막은 롯데가 있어 가능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