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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들 복지혜택 위해 50대 일용직 자살

입력 | 2010-10-07 14:23:31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유서 남겨




50대 일용직 남자가 부양능력이 있는 보호자가 없으면 몸이 불편한 아들이 정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전 8시5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윤모 씨(52)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한 공원 청소반장은 "산책하던 시민이 시신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윤 씨가 나무에 매달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빈 소주병이 하나 있었고, 윤 씨의 주머니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동기를 읽게 해주는 유서가 발견됐다.

종이 4장에 큰 글씨로 쓴 유서에는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고 적혀 있었다. 또 "사랑한다. 화장해서 공원에 뿌려달라"는 유언도 남겼다.

1997년부터 윤 씨와 동거해 온 A 씨(54)는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태로 아들(12)을 낳았다.

A 씨는 "(윤 씨가) 5일 오전 아무런 말 없이 집을 나가고서 연락이 끊겼다. 형편이 좋지 않아 장례 치르기도 어렵다"며 고인의 부검도 원치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1970년대부터 폭행과 절도 등으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는 등 10여 건의 전과가 있는 윤 씨는 회사에 다니다 수년 전에 그만뒀고 최근에는 날품팔이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윤 씨의 아들은 한쪽 팔이 불편하지만 장애인으로 등록되지는 않은 상태다.

경찰은 유서와 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생활고에 시달린 윤 씨가 몸이 불편한 아들을 부양할 형편이 되지 못하자 살아 있는 게 가족한테 오히려 짐이 된다고 자책한 나머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죽으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나 장애아동부양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