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천재 시계제작자 이름따서 만든 브랜드… 독창적 수제 무브먼트에스포츠-여행컬렉션 특화… 짧은 역사에도 명품반열
현존하는 최고의 시계제작자로 꼽히는 미셸 파르미지아니는 유명 시계 복원을 통해 시계 역사를 온몸으로 체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혁명적인 시계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파르미지아니
○ 시계 명장의 탄생
파르미지아니 브랜드의 창시자인 미셸 파르미지아니는 1950년 12월 2일 스위스의 쿠베에서 태어나 뇌샤텔 칸톤에 있는 발드트라베르에서 자랐다. 17세기부터 시계 산업이 발달한 이곳에서 미셸은 어려서부터 이전 시대 유명한 시계공인 페르디낭 베르투에 대해 배웠으며 동시대 유명 시계공의 작업도 접했다. 그는 자연스레 시계제조업의 한복판에서 시계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수공업에 대한 관심도 키워 시계는 물론이고 바이올린까지도 만들었다. 음악 미술 천문 등 다양한 수공예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탁월한 손재주를 진정한 기술로 승화하는 시계 제작에 심취하면서 본격적으로 시계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미셸 파르미지아니는 플뢰리에의 시계학교에서 3년간 공부한 뒤 라쇼드팡에서 시계 제조 기술을 더욱 훈련했다. 이후 르로클레 마이크로 기계공학과에서 수학하며 450년 시계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시계 내부의 기계적인 구조까지 마스터하게 됐다.
1975년 스위스의 시계 산업이 불황에 빠져 있을 때지만 파르미지아니는 시계에 대한 신념으로 자신만의 회사인 ‘파르미지아니 메쉬르 에 아르 두 탕’을 설립했다. 기계공이며 연장 제작공이었던 파르미지아니의 아버지도 든든한 지원자였다. 파르미지아니는 이때부터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시계를 복원하거나 유명 브랜드를 위해 무브먼트나 시계 완제품을 제작해 주는 일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장식미술박물관과 같은 유명 박물관도 그를 믿고 시계를 맡겼다. 스위스의 유명 제약 부동산 미술 사업재단인 산도스 재단은 수많은 소장품을 그에게 맡겼으며 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산도스 재단은 1996년에는 ‘파르미지아니 메쉬르 에 아르 두 탕’의 최대 주주가 돼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 독창적인 무브먼트로 빠른 성장
파르미지아니는 크게 세가지 영역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역사적 시계의 복원 작업, 다른 유명 시계브랜드 회사에 공급하는 무브먼트 모델 제작, 파르미지아니만의 독자적인 시계 생산이다.
2004년에는 슈퍼카 부가티와 협업해 10일 수동 무브먼트를 장착한 고유 제품인 ‘부가티 370’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 시계는 부가티 자동차의 엔진이 그대로 보이는 ‘시스루 엔진’을 재현하고자 6방향의 케이스와 평행의 4단 배열 무브먼트, 별도로 날짜 및 동력 장착기 등을 달아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하나의 창의적인 과학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짧은 역사에도 파르미지아니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이같은 무브먼트의 독창성에서 찾을 수 있다. ‘토릭 웨스트민스터 투르비용’은 4개의 진공으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종소리를 재현한 작품. 시간과 분을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에서 웅장한 성당의 종소리를 재현한 것은 기존 상식을 벗어나는 혁신적 제품으로 찬사를 받았다.
○ 모방할 수 없는 명품 컬렉션
‘칼파 톤다 42 헤미스피어’는 여행을 위한 전문 컬렉션이다. 스위스의 유명 세일러 베르나르 스탐의 세계 항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세계 곳곳을 도전하는 정신을 담았다. 세컨드 타임존을 기계식으로는 드물게 30분 15분 차이까지 표시할 수 있다. 가격은 스틸 2650만 원, 골드 4150만 원.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2008년 발표한 ‘펄싱 005 크로노그래프＇는 이탈리아 명품 요트 제조 브랜드인 펄싱과 파르미지아니가 수공예 장인정신을 공유하며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극한에 도전하는 해양 스포츠의 이미지와 아치형 곡선미로 케이스 옆선을 처리한 것이 특징. 사진 제공 파르미지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