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 사파리 체험
나무 위에서 임팔라를 뜯어먹던 표범이 사파리 차량이 다가오자 노려보고 있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크루거 공원과의 첫 만남
크루거 공원은 아프리카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적인 사파리 관광 명소다. 동물을 밀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1898년 당시 트란스발공화국의 폴 크루거 대통령이 처음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크루거 공원은 이후 점차 확대돼 현재는 이스라엘 전체 국토 면적과 엇비슷한 약 2만 km²의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도착한 곳은 사비 강 유역에 자리 잡은 부시 로지(Bush Lodge). 사비사비 리조트(www.sabisabi.com)가 운영하는 4개의 고급 숙소 중 한 곳이다. 하루 두 차례의 사파리 관광(한 번에 3시간씩 모두 6시간)과 세 끼 식사를 포함한 1일 숙박비가 100만 원에 이른다. 25개 객실 모두가 스위트룸이다. 큰 물웅덩이가 수십 m 앞에 있어 로비에 앉아서도 야생동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도착 당일에도 버펄로들이 물웅덩이 부근으로 몰려들어 손님을 맞이했다.
○ 야생의 세계로 들어가다
사파리차량은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레인저를 돕는 트래커는 보닛 위에 설치된 의자에 앉는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레인저(ranger) 역할을 맡은 18년 경력의 자부 마테 씨는 오후 4시 사파리 출발에 앞서 영국인 미국인 호주인 그리고 한국인으로 구성된 8명의 다국적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이같이 경고했다. 레인저는 발자국, 쓰러진 풀 등의 여러 흔적과 동물의 습성을 판단해 동물을 찾아내는 전문가로 사파리차량의 운전대를 잡는다. 트래커(tracker)라는 조수가 차량 앞에 부착된 작은 의자에 올라앉아 동물을 찾아내는 일을 돕는다.
동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인 오전 6∼9시와 오후 4∼7시 하루 두 차례 사파리관광을 하지만 어떤 동물을 얼마나 많이 보느냐는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다. 같은 날이라도 운이 좋은 팀은 사자 표범 코뿔소 등을 보는 기쁨을 맛보지만 그렇지 못한 팀은 임팔라 또는 워터벅 무리나 기린, 얼룩말 정도나 만날 수 있다.
○ ‘빅5’를 모두 만나다
기린은 목이 길어 상대적으로 찾기 쉬운 편이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표범은 사냥을 시작하기 전 나무와 먹잇감을 번갈아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사자가 피 냄새를 맡고 달려오면 어렵게 잡은 고기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먹이를 물고 나무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란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그 나무를 찾아가보니 다른 육식동물들이 밤사이 남은 고기를 말끔히 먹어치워 아주 작은 크기의 임팔라 가죽만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사자는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할 때 어렵사리 만났다.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눈빛을 따라가 보니 사자 한 쌍이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하고 있었던 것. 차량에서 불과 2, 3m 떨어진 곳에 있던 암컷은 때때로 벌렁 누워 다리를 들어올렸다. 이 수컷은 몇 개월 전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동해왔는데 예전 강자와 싸워 이긴 뒤 이 지역의 패권을 차지했다고 한다. 같은 차량에 탑승한 영국인 셜리 클라크 씨는 “사파리 경험이 여러 번이지만 오늘은 정말 환상적인 날”이라며 “마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크루거 국립공원=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