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극심한 경기 침체가 시작됐을 때 많은 경제학자가 경계했던 것이 있다. 보호무역주의다. 2009년 들어 그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과 재정지출로 각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고, 글로벌 공조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재정지출의 효과가 줄고 경기가 다시 어려워지자 이제 본격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각국이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통화가치 하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어하고, 고용을 되살리자는 명분 아래서 이뤄지고 있는 유동성 공급은 사실상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을 늘리자는 보호무역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양상도 복잡하다. 미국의 주 타깃은 중국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환율 조작국에 대해 보복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위안화 절상에 혈안이 돼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달러 약세를 위해 양적 완화를 재개하려 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달러 약세 움직임에 따른 자국 통화 강세를 방어하고자 양적 완화 정책을 재개하고 있다. 이머징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자국 통화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브라질, 태국 등도 외환 유출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머징 마켓의 금융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으로부터 풀린 막대한 돈은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피해에서 비켜 있고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는 이머징 마켓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좋게 표현하면 환율 조정을 통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균형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선진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머징 국가가 수입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