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더욱 편안해졌다는 가수 박기영.
■ 7집 ‘우먼 비잉’낸 새색시 가수 박기영
“결혼하고 나니 모든게 음악 소재…
자작곡들은 알콩달콩 우리 부부이야기예요”
“결혼하니 좋으냐” 묻자 행복에 겨운 웃음이 대답보다 먼저 터졌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다시 함박웃음을 짓는다.
‘여성으로서 존재’란 의미를 지닌 앨범 제목 ‘우먼 비잉’은 결혼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정체성과 현재 위치를 상징하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여성, 가족과 아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사회 현상에도 여전히 관심 있는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가수 박기영은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여성의 정체성을 과장하거나 거창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를 소소하고 솔직하게 묘사했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여자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지금은 가정이 최우선이에요. 이제 음악은, 하기 위해 안달하기보다, 밥을 먹듯 자연스런 일상생활처럼 하는 것이죠. 결혼하니 모든 게 음악의 소재가 됩니다. 다음 음반에선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이번 앨범에 실린 노래는 결혼 직전에 만들어 두었던 곡들이다. 자작곡은 대부분 남편과의 일들을 소재로 만든 아기자기한 사랑노래. ‘꼭 한번만’ ‘플래시댄스’는 사랑의 설렘을 담았고, ‘디어’ ‘원 러브’ ‘가요’ ‘나예요’는 사랑에 감사하는 노래다. ‘시크릿 러브’와 ‘디스 러브’는 사랑의 고비를 맞았을 때를 떠올리며 썼다.
“결혼하니 ‘사람’이 보이더군요. 아티스트들은 자아가 강해서 간혹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데, 이제는 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사람들이 소중한 인격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고, 사람들에게 위로가 돼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생겨납니다.”
9번 트랙 ‘달’은 1월 아이티 대지진의 참상을 지켜보며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쓴 노래다.
4집(2001)까지 “소속사와 대중의 눈치를 보며 음악을 한 것 같다”는 박기영은 5집(2004)부터 음악적 자아가 뚜렷해지면서 ‘록의 요정’에서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막상 “내 음악”을 해도 음악적 자부심이 강해지다보니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려는 마음에 스스로를 힘들게 했고, 그 힘든 것을 말하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무대에서 자신을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결혼을 해서 그럴까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인순이, 박미경 선배님께 물어보니 그분들도 무대가 매번 떨린다고 하더군요. 저도 이젠 떨리면 떨린다고 편하게 말하게 됐어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