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가책” 전화후 현장 갔다놔… 흘린 메모지 추적 검거
“1시간 전 훔친 물건을 돌려주고 싶은데 주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달 20일 오후 6시경 서울 종암경찰서에는 황당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전화를 걸어온 20대 남성은 “1시간 전 성북구 하월곡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그랜저 승용차에서 골프채를 훔쳤다”며 “양심의 가책을 느껴 돌려주려고 가보니 자동차가 사라져 돌려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자동차가 있던 자리에 골프채를 놔두겠다”고 했고, 경찰이 즉시 출동해 골프채는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췄던 이 남성의 범행은 조그만 실수 때문에 들통이 났다. 물건을 훔치던 과정에서 이 남성이 지녔던 메모지 한 장이 주차장 바닥에 떨어졌던 것. 메모지에는 이 남성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업체의 물품 주문 명세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 메모지에 남아 있는 지문을 분석해 물건을 훔친 남성이 22세 박모 씨라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 10일 만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집에 있던 박 씨를 검거했다. 박 씨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