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는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한 다른 FTA보다 더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 우선 경제적 측면이다. EU는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미국보다 규모가 큰 경제통합체다.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위 수출 및 무역흑자 대상국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최대 직접 투자국이다. 경제적으로 EU가 미국보다 유력한 파트너라고도 말할 수 있다. 더욱이 FTA 체결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한국 전체의 그것보다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EU로의 수출은 FTA를 통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U라는 시장이 갖는 브랜드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가의 약진으로 서방 선진 경제권의 중요성이 다소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EU와 미국 등 선진 시장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환경기준을 요구하는 EU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확고하게 자리를 다지면 EU 역내뿐 아니라 제3국 시장 소비자에게도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가 높아지는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FTA가 개별 기업의 수출 확대를 무조건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한-EU FTA도 마찬가지여서 건별로 6000유로 이상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원산지 인증 수출자로 지정받아야만 관세철폐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정 기업은 여전히 소수이다. FTA라는 밥상을 차렸는데 정작 무얼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수출기업은 이런 점에 유념해 한-EU FTA 활용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은 것은 국회의 비준이다. EU에서는 유럽의회의 동의절차가 남아 있으나 대다수 의원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익에 기여할 한-EU FTA의 비준 동의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