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위주 팀 전술 쓰면서 전문 슈터들 설자리 잃어방성윤-이규섭-김성철 등 토종 슈터 계보 이을지 주목
“센터요? 슈터 부재가 더 문제죠.”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눈앞에 둔 유재학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높이의 열세는 항상 있었던 문제라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팀 분위기를 살리고 결정적일 때 한 방 해줄 만한 슈터가 없다는 게 더 아쉽다”고 말했다. 신선우 프로농구 SK 감독도 “10년 전만 해도 대표팀에 믿을 만한 슈터가 한두 명은 꼭 있었다. 최근엔 이런 슈터가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 사라진 슈터…그리운 한 방
SK 방성윤
높은 슛 성공률은 물론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 폭발력을 갖춘 슈터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추일승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전술의 초점이 용병에게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용병의 1대1 플레이나 토종 가드와 용병의 2대2 방식으로 공격이 주로 진행되다 보니 슈터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선수 시절 ‘코트의 황태자’로 불린 우지원 W-gym(유소년 농구교실) 대표는 “슈터들이 슈팅 훈련에 포커스를 더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슈터는 하루도 거르지 말고 마음속에 세운 슈팅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요즘 선수들은 슈터보다 화려해 보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선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문 슈터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남자농구
신동파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은 연습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경기에서는 슈팅 성공률이 훈련 때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슛 폼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혹독한 훈련을 지속해야 좋은 슈터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인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정신력을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과거 아마추어 시절엔 선수들 모두 가슴에 태극기 다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지만 요즘엔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러한 차이가 대표팀 경기에서의 준비 부족, 집중력 저하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 슈터 계보 누가 잇나
이규섭(33·삼성)과 김성철(34·한국인삼공사)도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규섭은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떨어지고, 김성철은 기복이 심하다는 측면이 약점으로 꼽혔다. 의외의 후보는 18세 이하 청소년 대표 문성곤(17·경복고). 그는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전문 슈터로 키우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원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농구 감독들이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A급 슈터는…’::
▽유재학(모비스)=노마크에서 연습 때만큼 성공률이 나오는 선수
▽전창진(KT)=승부처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
▽허재(KCC)=중요한 경기에서 슛 성공률이 더 올라가는 선수
▽강을준(LG)=슛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수
▽강동희(동부)=경기 흐름을 잘 이해하는 선수
▽안준호(삼성)=수비수를 두고도 자기 슛을 가져가는 선수
▽신선우(SK)=배포가 두둑한 선수
▽이상범(한국인삼공사)=슈팅 직전 스텝이 좋은 선수
▽유도훈(전자랜드)=어느 각도에서도 슛 성공률이 비슷한 선수
▽김남기(오리온스)=공 없을 때 움직임이 영리한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