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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탕웨이 “현빈씨가 출연한다는 말에…”

입력 | 2010-10-08 18:42:30


영화 '색계'의 주인공 탕웨이(湯唯·31)와 청춘스타 현빈(28)이 '가을 연인'으로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8일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만추'(Late Autumn) 기자회견에 등장한 탕웨이는 국내외 취재진 수백여 명의 관심을 끌었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으로 전날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현빈은 이날 탕웨이와 나란히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추'는 안개의 도시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그린 슬픈 러브 스토리다. 1966년 이만희 감독이 연출한 '만추'의 리메이크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 지 5초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는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에 갔던 여자가 7년 만에 특별휴가를 허락받고 시애틀행 버스에 오르는 데서 시작한다. 막 출발하려던 버스에 한 남자가 뛰어 들어오고,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여자에게 버스비를 빌려 간 후 자신의 손목시계를 맡긴다.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두 남녀의 3일간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섬세하게 담았다.

탕웨이는 "'만추'는 내 심장을 뛰게 한 작품"이라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고전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을까봐 두려웠는데 감독님과 현빈 씨의 도움으로 잘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빈은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옷을 홀라당 다 벗고 있는 기분"이라며 "새로운 느낌이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 현빈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탕웨이 씨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태용 감독=처음에 중국여자와 한국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탕웨이를 떠올렸다. 탕웨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사진을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다행히 허락을 해서 거기에 맞는 남자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 '색계'의 파워풀한 모습은 이 영화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나이가 든 여자를 떠올렸다. 삼십 대 탕웨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영화가 늦가을의 선물 같은 좋은 인상을 준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뮤지컬 장면이나 판타지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태용=둘만의 특별한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넣었다. 둘 사이 겪는 판타지가 열마디 말보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변사놀이는 무성영화 연출을 했던 경험 때문에 넣었다.

-탕웨이 씨가 한국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 앞으로 한국 영화에 또다시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탕웨이=김 감독의 예전 영화를 봤더니 품격과 잠재력이 있었다. '만추'는 여러분들이 알 듯 고전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무엇보다 현빈 씨가 출연한다고 들어서 좋았다. 한국은 외국 같지 않고 익숙하고 포근한 곳이다. 한국의 여러 재능 있는 감독 배우와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말도 배우고 싶다. 김 감독, 현빈 씨와 다시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탕웨이 씨는 '색계' 이후 두 편의 작품을 외국에서 촬영을 했다. 중국에서의 촬영과 어떤 차이가 있나?

탕웨이=다른 감독, 다른 시나리오, 다른 배우와 작업한다는 데 더 의미를 둔다. 그래도 차이를 찾는다면 언어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정말 재밌었던 건 김 감독이 굉장히 아이 같아서 어른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아이 같아서 작업하는 내내 행복했다.

-'만추'라는 작품이 기존의 멜로 영화와 어떤 면에서 다른지 배우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다.

현빈=상대 배우가 다르다면 다른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언어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부분이 탕웨이 씨와 달라서 한국 여배우들과 작업하던 때처럼 작품에 관한 의사소통을 깊게 하지 못했다. 대신 상대 배우와 연기할 때 눈이나 표정에서 감정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그 안에서 중국과 한국의 두 배우가 사랑의 감정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와 다르지 않을까?

탕웨이=이번에 눈, 입, 손, 발까지도 다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절실히 깨달으면서 연기했다. 저희 둘 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아니니까.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면서 '만추'처럼 고독한 사랑 이야기가 이 시대에 필요한가를 스스로 질문하면서 작업을 하셨을 것이다.

김태용='만추'는 그렇게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웃음) 원작 '만추' 에서 그 시대 한국 가을의 정취가 떠돌이 두 명의 고독과 닿아있다는 게 좋았다. 낯선 곳에서 공감대가 있을 수 없는 두 사람이 한정된 시간을 잠깐 보낸다는 설정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럴 때 서로 마음을 열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일종의 숙제로 여기고 작업했다.

-탕웨이 본인도 '색계'이후로 성장했다고 보는가?

탕웨이=원래부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굉장히 행운이다. 배우라서 좋은 점은 항상 다른 인생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내게 어울리고 의미 있다고 본다. 한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성장의 산물이라고 본다.

김태용='색계'를 보면서 이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 그간 어떻게 보냈는지 깊은 얘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인상 자체가 그 시간을 잘 보냈구나 싶었다. 겉보기에는 영화 속 애나처럼 조용한 사람 같지만 실제로 탕웨이 씨는 굉장히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장난꾸러기다.

-탕웨이 씨는 7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혼자 걸었다. 왜 혼자 걸었나?

탕웨이=감독님과 같이 걷기로 했는데 어디로 갑자기 숨어 버렸다. 어디 가셨나 걱정하다가 쓸쓸히 혼자 걸었다.

김태용=원래는 상대역인 현빈 씨가 같이 걷기로 했다가 드라마 스케줄 상 할 수가 없어서 저랑 걷기로 바뀌었다. 그런데 차가 밀려서 식장에 늦게 도착했다.

탕웨이=현빈 씨 정말 심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현빈=제가 오늘 아침 5시까지 촬영을 하고 부산에 왔다. 같이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죄송하다. 다음에 기회가 돼서 온다면 반드시 같이 걷겠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의 콘셉트가 고독이라서 그렇다"라며 "다음 에는 저라도 걸어가겠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탕웨이는 "고맙다(Thank you, very much)"고 화답했다.

부산=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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