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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Golf]“공이 안맞는다 생각되면 투어밴으로 오세요”

입력 | 2010-10-09 03:00:00

각종 장비에서 피팅서비스까지 프로골퍼의 응급실-휴식처 역할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오픈에서 노승열(왼쪽)이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에서 클럽 피팅을 받고 있다. 투어밴은 대회 때마다 참가 선수들의 클럽을 애프터서비스하고 부족한 물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진 제공 타이틀리스트

지난달 강원 횡성 오스타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KEB 외환은행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때 일이다. 황인춘(토마토저축은행)은 대회를 앞두고 드라이버 샷이 너무 흔들려 고민에 빠졌다. 우연히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에서 신제품 910드라이버가 눈에 띄었다. 테스트용 시타 클럽이었다. 몇 차례 공을 쳐본 황인춘은 마음에 든다며 집어 들더니 대회 때에도 사용했다. 궁합이 잘 맞았던지 1라운드에 5언더파 67타를 몰아친 그는 나흘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유지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갑자기 몸이 아프면 병원 응급실을 찾듯 프로골퍼에게는 투어밴이 그런 공간이다. 7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개막한 한국오픈을 앞두고 주차장에는 초대형 트럭 5대가 눈에 띄었다. 골프용품 업체인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투어스테이지, 클리블랜드, 테일러메이드의 투어밴이었다. 투어밴은 대회 때마다 고가의 장비를 싣고 전국을 누비며 프로들에게 클럽 애프터서비스(AS), 물품 지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국오픈에서 타이틀리스트는 투어밴을 통해 노승열, 황인춘, 김대현 등 104명의 선수에게 공 312더즌, 장갑 348개, 그립 86개, 샤프트 42개, 모자 96개 등 8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전 세계 소속 선수의 클럽 스펙 자료가 담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필드 피팅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 해외 어디에 가든 투어밴만 찾으면 쉽게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세팅할 수 있다. 한국오픈 2라운드까지 8언더파를 몰아친 노승열은 하루에도 서너 번 투어밴을 찾아 필드의 사랑방 단골손님으로 불린다.

타이틀리스트 홍보 담당 이선화 팀장은 “투어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물품 공급에서 선수들에게 클럽 긴급 처방과 피팅에 대한 눈을 뜨게 한 데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오픈에 설치된 타이틀리스트 투어밴. 타이틀리스트를 비롯해 캘러웨이, 투어스테이지, 클리블랜드, 테일러메이드 등 주요 골프용품 업체들이 투어밴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타이틀리스트

제작비용만 5억 원이 들어간 캘러웨이 투어밴은 피팅센터, 휴게실, 이동식 사무실, 광고판, 라운지 카페 등으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해 ‘트랜스포머’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통차이 자이디(태국)는 추위를 심하게 타 투어밴에서 얻어간 작업용 목장갑을 끼고 우승을 엮어낸 일화가 있다.

투어스테이지는 투어밴에 섭씨 150도의 고온에서 세밀하게 클럽 피팅 작업을 할 수 있는 오븐을 설치해 놓았다. 투어스테이지는 남녀 프로대회뿐 아니라 중고교 선수를 위해 주니어 대회에도 투어밴 운영을 해 호평을 받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투어밴은 16t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피팅 시설을 포함하면 5억 원에 이르는 차량이다. 테일러메이드는 ‘큐어링 머신’이라는 장비로 드라이버와 샤프트를 접합하는 데 2분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회가 자주 열리는 제주에도 투어밴의 발길은 이어진다. 전남 목포에서 선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비용만 보험료까지 포함해 제주까지 편도에 200만 원 가까이 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