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低염도-多미네랄… 값 일반제품의 10배
“3~5년 숙성시켜 팝니다” 신일염전에서 소금 걷는 작업을 하고 있는 최신일 대표. 최 대표는 “스테이크 등에 직접 소금을 뿌려 먹는 서양 식문화와 달리 우리는 장류, 김치 등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데 우리 천일염이 그 맛을 내는 데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도초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소금은 자연이 준 선물이지만 인간의 손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상품이 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흔적을 되도록 덜 남기고 온전한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이가 있다. 일반 천일염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는 소금을 만드는 곳. 신일염전의 최신일 대표(37)다.
롯데백화점 여혁동 수산 상품기획자는 “신일염전 천일염은 결정이 굵고 쓴맛이 나지 않으며 색깔은 순백색에 가깝다. 손에 비벼도 묻어나지 않는 명품소금”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최 대표의 천일염을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천일염 세트 2호(함초소금 750g·천일염 1.25kg)’를 6만 원에 판매한다. 또 최 대표의 천일염을 사용한 된장, 간장, 김치, 젓갈 등 프리미엄 발효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천일염은 1945년 이후 광물로 분리됐다가 2008년 4월에야 식품첨가물로 인정을 받아 모든 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천일염이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2억 원을 들여 신일염전을 친환경적으로 바꿔갔다. 일할 때는 반드시 위생모를 썼고 위생의 중요성을 자각하기 위해 흰색 작업복을 맞췄다. 2006년 식품안전경영시스템에 대한 국제 인증제도인 ISO 22000까지 획득했다. 염전으로는 세계 최초였다.
석면 가루가 날리는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친환경 자재로 교체했다. 염분 때문에 쉽게 녹스는 철 자재는 모두 스테인리스로 바꿨다. 소금을 실어 나르는 수레도 직접 고안해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었다. 심지어 못 하나까지 스테인리스 못을 썼다. 염전의 둑이 유실되지 않도록 보통 부직포를 쓰지만 물에 녹아 소금에 섞일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판자를 사용했다.
통상 염전 바닥에는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장판을 깔지만 가소제(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 성분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앉자 친환경 소재로 따로 주문 제작해 테스트하고 있다.
“제조와 유통 사이에 이물질을 차단하는 것,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특히 염전에는 그런 인식이 부족합니다. ‘여기 소금이 뭐가 다르냐’ ‘공짜 바닷물을 퍼 쓰면서 소금을 뭐 이렇게 비싸게 파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천일염은 그만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염전들이 통상 3∼11월에 천일염 작업을 하는 데 비해 최 대표는 가장 날씨가 좋을 때인 5∼9월에만 소금을 생산한다. 천일염은 같은 염전이라 하더라도 날씨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크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기상청 사이트에서 날씨를 확인한 뒤 작업에 나서기 전 다시 전화를 걸어 재차 날씨를 점검한다. 비가 5mm만 내려도 소금 결정이 다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그해에 생산된 소금을 바로 시장에 내놓지만 신일염전은 소금을 나무창고로 옮겨 3년간 간수를 빼며 숙성시킨다. 최 대표는 “재고는 재고가 아니라 숙성해가는 상품”이라면서 “내년에는 5년간 간수를 빼 맛이 순한 천일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천일염이라면 밤을 새워가며 얘기할 수 있는 그이지만, 예전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섬 생활이 갑갑해 육지로 뛰쳐나간 청년이었다. 부산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하다 화재로 가게를 잃고 딱 한 달만 고향에 머물다 나가겠다고 들어온 것이 올해로 15년째. 양복 입고 고향에 찾아온 친구들을 보며 바닷가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지금은 3만9700m²(약 1만2000평)의 염전을 일구며 천일염에 푹 빠져 산다.
도초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