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들 “팔다리 다 떨어진 심정”… 정치권 “北 인권 위한 용기 평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10일 새터민들은 차분하게 대책을 논의하면서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새터민 원로들과 탈북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위원회 회원들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2동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실에 모여 경찰 수사 속보를 주시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김영수 부위원장은 “탈북자들의 삶에 힘을 주시던 분이었는데, 팔다리가 다 떨어진 심정”이라며 “편찮으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가셔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김일주 회장도 “남북통일을 위해 내려오신 건데 그날을 못 보고 가셨다”며 말끝을 흐렸다.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에서도 애도를 표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탈북자 인권운동 단체의 정신적 지주이자 새터민들의 아버지 같은 분이 돌아가셨다”며 “10일 오전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사에 황 전 비서께서 참여하시기로 했었는데, 행사 1시간을 남겨두고 비보를 들었다”고 비통해했다. 박 대표는 “황 전 비서는 최근에도 새터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의 3대 세습에 대해 ‘북한 주민을 한 번도 리드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후계자가 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불편해하셨다”고 전했다. 윤성욱 한국자유총연맹 대변인도 “민족의 평화통일과 북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고인의 업적에 경의와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진보성향 단체인 사회민주주의연대 주대환 대표는 “북한 사정에 해박하셔서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라며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비보를 접하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 민족의 평화를 위한 고인의 용기 있는 행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황장엽 선생은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세운 학자이면서 민족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