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제자들에게 정치를 묻다/김성희 지음/프로네시스
《“좋은 행위자인 군자는 정의를 좋아하지만, 나쁜 행위자인 소인(小人)은 이익을 좋아한다. 그런데 공자는 정의와 이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았다. 왜냐하면 언뜻 보기에 정의와 상관없이 어떤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상황에서조차 정의가 먼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효율성은 효율적으로 발휘되지 않는다. 결국 이익의 확대를 통해 통치자의 권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효율성의 정신 그 자체로 스스로의 목적을 위한 수단을 제공할 수 없다.”》
정의에 기반을 둔 공자의 ‘정치’
특히 이 책에서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정치를 논하면서 ‘정의’에 대해 자주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공자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저자는 “공자는 바름과 정의 개념을 강조한 정치 사상가이자 정치 행위자였다”고 말한다. 공자에게 정치란 ‘바름’이다. 즉, 공자는 모든 정치 행위의 기준을 ‘정의’에 두었다.
공자는 군주와 신하의 상호 관계는 정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보았다. 신하인 정치 행위자는 자신이 섬기는 대부나 제후에게 충실해야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의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신하는 군주와 이익을 통해 직접 관계를 맺지 않으며 정의에 어긋난 군주의 잘못을 꾸짖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주에게 종속적이지 않다.
자로는 정치 행위자에게 요구되는 여러 능력 중 단연코 용기를 꼽았다. 자로가 “군자는 용기를 숭상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자는 정의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긴다. 군자에게 용기만 있고 정의가 없으면 난(亂)을 일으킨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공자에 따르면 정의란 맹목적인 충성심을 바탕으로 한 용기에는 반대한다. 맹목적인 충성심은 부정의 권위체계를 의심조차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를 단단히 다지는 데에만 힘을 쏟기 때문이다.
공자는 “군자는 천하와의 관계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없고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없다. 정의와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는 행위의 기준을 정의에 두고서 제후 쪽이 옳다고 생각하면 제후를 지지했고 대부 쪽이 옳다고 생각하면 대부를 지지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는 제후의 권력욕을 비판할 수 있었고 백성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대부의 잘못을 따질 수 있었다. 저자는 “공자다운 정의는 신분과 혈통이 아닌 배움과 능력에 기반을 둔 통치 체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