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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한-EU FTA, 한미 FTA보다 반대 적은데…

입력 | 2010-10-12 03:00:00

상호보완 산업 많아 ‘윈윈’ 합의 쉬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앞줄 왼쪽)과 스테번 파나케러 유럽연합(EU) 의장국(벨기에) 외 교장관이 6일(현지 시간) 브뤼셀 EU 이사회 본부에서 한-EU FTA에 정식 서명한 뒤 악 수하고 있다. 둘 사이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다. 브뤼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얼마 전에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서명됐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한-EU FTA에 대한 국내 여론은 한미 FTA보다 우호적인 것 같은데 양 FTA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
한미 FTA 협상 당시 양측은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와 체결한 무역 협정에 대해 의회가 내용을 수정하지 못한 채 찬반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의 만료 기한(2007년 6월 30일)을 맞추기 위해 협상을 조속히 끝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한-EU FTA는 2007년 5월 이후 약 2년간 충분한 협상을 거쳤다는 점에서 국내 여론을 수렴해가는 시간을 거쳤습니다.

17개 분과에 대해 협상을 진행한 한미 FTA에 비해 한-EU FTA가 △상품 △서비스·투자 △기타 규범 △지속가능발전의 4개 분과에 대해 협상을 진행한 것도 각각의 분과에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인입니다. 쇠고기 수입 재개 등 소위 말하는 ‘4대 선결조건’을 제시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 같은 공격적 조항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던 미국과 달리 EU가 협상과정에서 덜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도 다른 점입니다.

산업계에서도 한-EU FTA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경제 구조상 상호보완 관계인 산업이 많아 이익이 크고 구조조정 비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동안 높은 관세를 적용받았던 자동차, 전기전자(IT) 업종은 관계 철폐에 따른 EU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반기고 있습니다. 피해 산업으로 분류되는 화학, 기계 업종도 일본에서의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미 FTA 당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됐던 농업부문의 피해도 축산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EU에서 수입하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U가 미국보다 기술 이전에 관대하다는 점도 산업계가 한-EU FTA를 반기는 이유입니다.

실제 한-EU FTA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협상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공산품의 경우 EU시장은 품목 수 기준으론 99%, 수입액 기준으론 93%를 조기 철폐해 미국의 91.4%, 92.4%보다 개방 정도를 높였습니다. 반면에 한국시장의 개방 정도는 조기 철폐 비중이 품목 수 기준으로 96% 정도로 한미 FTA 때의 96.2%와 비슷한 정도로 유지했습니다. 서비스업 개방에서도 제한 규정이 없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했던 한미 FTA와 달리 한-EU FTA는 개방 항목을 명기한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한-EU FTA는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EU의 평균 관세율은 5.6%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 3.5%보다 높고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TV만 놓고 보아도 미국은 각각 두 품목에 대한 관세율이 2.5%, 5%인 데 반해 EU는 10%, 14%로 높아 관세 철폐에 따른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한-EU FTA는 이러한 가시적 효과 외에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세계 제1의 시장인 EU와 제일 먼저 FTA를 체결한 데 따른 ‘선점 효과’도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관세 철폐에 따른 비용 절감 부분을 가격 경쟁력 확보,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할 경우 경쟁국인 중국,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실 EU는 한미 FTA 협상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는 시장에 무관심했지만 한미 FTA 협상을 계기로 한국의 중요성을 깨닫고 FTA 협상에 나선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EU가 2위의 교역 파트너이긴 하지만 지리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보다 멀고 역사적 유대 관계 등이 약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FTA를 계기로 고급 자동차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경쟁력이 있는 유럽시장과 가까워짐으로써 그동안 한국이 취약했던 부품소재산업에서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완화하고, 우수한 기술을 이전받아 서비스, 대체에너지 같은 신성장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춰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서비스업과 축산업 등 FTA 체결로 영향을 받을 분야에 대해선 국내 대책을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부품업 등에서 유수의 EU 업체와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도 꼼꼼하게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