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의 고액 연봉은 골칫거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엄청난 보너스를 줄 정도라면 납세자에게서 받은 돈을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며 보너스 잔치를 벌인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에 향후 10년간 900억 달러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세금으로 지원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일부라도 돌려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융계에 대한 비금융인의 질시는 뿌리가 깊다.
▷미켈란젤로부터 갈릴레이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학문을 후원하고 피렌체의 유명 건축물을 지은 메디치 가문의 돈은 어디서 났을까. 메디치 가문은 은행가 길드의 구성원인 환전상을 해 부(富)를 일궜다. 이들이 뱅커(banker)로 알려진 것은 길가에 탁자를 놓고 벤치에 앉아 일을 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메디치 가문은 훗날 네덜란드 영국으로 넘어가 근대식 은행의 모델이 됐지만 한때 피렌체의 부를 독식한다는 이유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추방되기도 했다. 초기 은행가들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비난의 대상이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