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는 양 팀 감독 및 선수들에게 “시리즈가 몇 차전에서 끝날지 손가락을 펴서 예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이종욱과 임재철 등 두산 선수들은 모두 손가락 4개를 폈다. 4차전에서 끝날 것 같다는 의미. 삼성 진갑용과 강봉규는 각각 3개와 4개를 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모두 틀렸다. 당시 유일하게 손가락 5개를 편 사람은 선동열 삼성 감독이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전날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8-9로 져 시리즈 전적에서 1승 2패로 뒤졌지만 선 감독의 표정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5차전까지 갈 것 같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럴 확률이 많을 것 같은데요”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선 감독의 말대로 이날 삼성은 두산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최종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그런 선 감독이기에 자신의 예언이 두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10일 3차전에 앞서 “사실상 오늘이 결승전이다. 3차전에서 이기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갈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에서 두산이 이기면 선 감독은 명실상부한 ‘족집게 도사’가 될 수 있다. 물론 예언이 빗나가 대망의 한국시리즈 티켓을 손에 쥐는 게 더욱 기쁘겠지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