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한국마사회)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혹독하게 훈련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 경기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따 한국 유도의 간판스타가 됐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훈련을 제대로 못했고 광고 출연료를 놓고 송사도 겪었다. 최민호는 “한때 유도가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32강전에서 탈락하자 “이제 한물갔다”는 말까지 나왔다. 뜨거웠던 관심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것이 최민호를 자극했고 훈련에 몰두하게 했다. 올해 두 차례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잇달아 우승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세계선수권 결과는 최악. 1회전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몸 상태는 좋았지만 체중 조절과 체력 안배에 실패했다. 유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악몽이 약이 된 걸까. 최민호가 다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는 11일 창원 진해시민회관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일반부 66kg급 결승에서 안정환(포항시청)을 37초 만에 한판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네 경기 모두 한판승으로 이겼고 그중 3경기는 1분을 넘기지 않았다. 최민호는 “세계선수권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유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80kg급 세계 랭킹 1위 김재범(한국마사회)도 무난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전날 육상 여고부 3000m 장애물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신사흰(상지여고)은 10km 단축 마라톤에서 33분55초로 우승하며 2년 연속 2관왕을 차지해 유력한 최우수선수 후보로 떠올랐다.
창원=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진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민호 4연속 한판승 金(66kg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