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화훼영모대전’…中영향 벗는 과정 보여줘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왼쪽)’와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猫)’. 사진 제공 간송미술관
올가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정기전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세 고양이를 볼 수 있다. 해마다 봄과 가을 두 차례만 문을 여는 이 미술관은 일흔아홉 번째 전시로 동식물을 소재로 한 화훼영모대전을 17∼31일 준비했다. 꽃과 풀이라는 의미의 화훼(花卉), 새와 짐승이란 뜻의 영모(翎毛) 그림을 모은 전시다.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양을 그린 작품부터 이당 김은호(1892∼1979)의 화조화까지 각 시기를 대표하는 그림 100점을 추렸다. 6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동식물을 그린 친근한 그림을 모아놓으니 화풍의 변천사와 함께 시대정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고려 말∼조선 초기에는 중국 화풍의 영향을 받아 물소처럼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동물을 그렸지만 진경산수를 정립한 겸재가 등장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와 꽃, 짐승을 사생한 그림이 자리 잡는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주자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 전기가 지나가고 후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조선성리학이 심화 발전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은 “겸재를 거치면서 화가들은 중국 화조에서 벗어나 이 땅의 동식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이 전시를 보고 나면 자기 이념이 있어야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02-762-044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