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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광저우아시아경기 최고의 스타는? 이창호 9단!

입력 | 2010-10-12 11:22:02


한국바둑대표팀의 이창호 9단.

지난 8일 태릉선수촌. 중국의 CCTV는 이날 아침 취재진을 선수촌에 급파했다.

15억 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공영방송 CCTV가 이렇게 한국 스포츠 대표선수들의 훈련장인 태릉선수촌 취재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촌 정문 앞에서 대기하던 CCTV 취재진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 경 낯익은 사람이 나타나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촬영하는 등 취재에 열을 올렸다.

CCTV의 취재 대상이 된 한국 대표 선수는 바둑의 이창호 9단.

이날은 한국바둑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태릉선수촌에서 3박4일간의 합숙훈련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이창호 9단을 비롯해 이세돌 9단, 조한승 9단, 최철한 9단, 강동윤 9단, 박정환 8단 등 남자 기사 6명과, 조혜연 8단, 이민진 5단, 김윤영 3단, 이슬아 2단 등 여자 기사 4명으로 구성된 한국바둑대표팀은 다음달 12일부터 광저우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이상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국을 하고 있는 이창호 9단.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이 과연 스포츠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바둑은 두뇌 스포츠'라고 정의하는 중국에서는 바둑이 전국체육대회 정식 종목에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이번에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이런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최초로 아시아경기대회 정식종목이 된 바둑에는 남녀 단체전과 혼성 페어 종목에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바둑 종주국' 중국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독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라이벌로는 일본보다는 한국을 꼽고 있다.

CCTV가 태릉선수촌을 찾은 이유는 경쟁 상대인 한국바둑대표팀의 훈련 상황을 취재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이창호 9단을 밀착 취재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많은 중국인들은 이창호 9단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사랑한다. 이창호 9단은 중국에서 열린 국제기전에서 연승을 거듭하며 이름을 알리던 몇 년 전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바둑의 신'으로 불렸다.

이창호 9단이 이렇게 중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려니와 그의 고매한 인격 덕이다.

1986년 11세 때 프로에 입단한 뒤 최연소 국제기전 우승(16세8개월),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세계대회 통산 최다승리(20회), 연승기록(41회) 등…. 그의 바둑 실력은 세계 최강임이 이미 입증됐다.

한국바둑대표팀의 이창호 9단.

이런 바둑 실력 외에 이창호 9단의 인품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국적을 초월할 정도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겨도 기뻐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고, 져도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으며, 아마추어 애기가가 즉석 대국 요청에 거절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묵묵히 받아들이고, 청소원의 모습이 안쓰러워 바둑알을 줍고, 중국 신예기사들의 4시간에 걸친 복기 요청에 꾸벅꾸벅 졸면서까지 기꺼이 응하고, 대국자인 자신의 피로보다 관전자의 피곤을 더욱 걱정해 주며, 한번 한 말은 꼭 지키려 노력하는 일관된 모습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친절과 겸손, 배려와 존중의 마음, 바로 이런 것들이 중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다.

어쨌든 대회가 열리기 한달 여 전부터 이렇게 이창호 9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의 최고의 스타는 이창호 9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